인터넷 상거래에 구멍이 뚫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피해를 일으킨 인터넷쇼핑 업체에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전자상거래는 재화 또는 용역 거래가 전자문서에 의해 처리되는 상행위로 보통은 인터넷쇼핑을 지칭한다.
9일 공정위에 따르면 2003~2010년 8년 동안 전자상거래법 위반행위로 시정조치된 1343건 중에서 과징금과 고발은 각각 1건으로 처벌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또 지난달 25일에는, 오픈마켓 사업자 빅3사인 이베이G마켓, 이베이옥션, 11번가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광고료를 받은 제품을 ‘베스트셀러’ ‘프리미엄 상품’ 이라고 속여 수천만원의 부당이익을 올렸는데도 해당 업체에 각각 공표명령 2~3일과 과징금도 아닌 과태료를 500~800만원씩 부과했다.
과태료는 신고를 하지 않는 등의 단순한 위반행위에 대해 부과하는 금전벌이다. 이와 다르게 과징금은 위반행위로 인한 불법적 이익을 박탈하기 위해 부과돼 과태료보다 더 무거운 제재다.
이렇게 적발된 업체들의 ‘죄질’이 나쁨에도 처벌 수위가 과태료에 그치면 누가 법을 지키겠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더욱이 최근 가격을 담합한 두유업체에 5년 당기순이익에 해당되는 막대한 금액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과 비교해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에는 내린 처벌이 너무 가볍지 않으냐는 형평성 논란까지 일고 있다.
전자상거래 피해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전자상거래 관련 소비자피해는 4076건으로 전체 소비자피해 2만3374건의 17.4%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7.3%나 증가했다.
인터넷상거래 피해가 늘어남에도 공정위가 적절한 수준의 처벌을 하지 못하는 것은 나름의 사정 때문이다.
현행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 위반의 경우 시정명령에도 불구하고 법위반이 반복되거나 시정조치만으로는 소비자 피해 방지가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로 한정해 영업정지를 대신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돼 있다.
또한 그나마 부과할 수 있는 과태료 액수도 1회 적발시 최고 500만원, 2회 800만원, 3회 1000만원으로 매우 낮게 정해져 있다.
현대호 한국법제연구원 박사는 “오프라인 기업들은 잘못한 사실이 발각돼도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지만 상대적으로 온라인 업체들은 그럴 여지가 적어 법 위반 사례가 잦다”며 “현행 전자상거래법 과태료를 인상하거나 소비자 피해가 큰 경우 1회 적발시에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영업정지나 과징금 같은 무거운 처벌이 가능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2009년 말 발의됐으나 국회에 계류중이다. 이에 따라 인터넷 소비자들의 피해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6월 국회에서의 관련 법안 통과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