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뷰-포인트] 쏠린 정부, 고통받는 국민

입력 2011-05-03 11:00 수정 2011-05-0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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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액스앤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현재 우리 사회는 쏠림현상이 심각하다. TV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이나 ‘나는 가수다’ 같은 방송도 알고 보면 모두 아이돌 그룹 쪽으로 지나치게 쏠려 있는 가요계의 반작용으로 생겨난 것이라 볼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쏠림 현상이야 가요계 외에도 이미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는 전반적 현상이지만 경제 분야 역시 쏠림 현상이 극심한 곳이다.

대기업은 그야말로 떼돈을 벌어 곳간을 가득 채워두고 있지만 일반 서민들은 치솟는 전세값과 높은 물가로 심각한 생활난을 호소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하루가 멀다 하고 신고가를 갱신하고 있는 주식시장은 대주주들과 일부 돈 많은 사람들에게는 재산을 적게는 수 배에서 많게는 수십 배로 불릴 수 있는 기회지만 대출이자 갚기에 벅찬 일반 서민들에게는 강 건너 남의 얘기일 뿐이다.

우리 사회의 쏠림현상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그런 현상이 심화된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의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기 침체를 빠른 시간 내에 극복하기 위해 대기업이 사업하기 좋은 경제 환경을 조성했다. 대통령은 임기를 시작하며 친기업 정책을 들고 나왔고, 대기업은 사실상 정부가 유도한 저금리정책으로 막대한 자본을 저리에 조달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정부의 고환율정책에 힘입어 수출을 크게 늘릴 수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저금리정책과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펴는 동안 한편에서는 저금리로 인한 전세값과 물가상승이라는 부작용이 일어났다. 정부의 친기업 정책의 수혜가 일부 대기업에 집중된 나머지 일반 국민들은 오히려 정부 정책의 희생자가 되고 만 것이다. 이에 정부는 대기업으로 하여금 정부의 시혜적 조치로 벌어들인 돈을 중소기업이나 일반 국민에게 환원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대기업은 마치 모든 것이 자신들이 잘해서 된 것인 양 이익을 나누려 하지 않았고 이에 정부는 ‘공정사회’라는 키워드를 내걸고 대기업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초과이익공유제’다. 그러나 친기업정책을 펴 대기업이 돈을 많이 벌었으니 그 돈을 좀 내놓으라는 식의 정부의 압박은 먹혀들질 않고 있다. 일단 손에 들어온 돈을 쉽게 내놓을 기업은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정부의 정책결정과 그 정책에 따른 결과예측 능력이다. 정부가 정책을 펼칠 때 그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성찰해 그 부작용을 줄이는 방안 역시 함께 시행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거대담론에 빠져 미시적인 부분을 놓치고 말았다. 정부는 대기업을 통해 금융위기를 극복하기만 하면 중소기업이나 서민경제까지 나아질 것이라고 순진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아니라면 이명박 정부는 자신의 임기 내에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는 생각에 눈에 보이는 일에 치중한 나머지 눈에 보이지 않는 일을 소홀히 했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예나 지금이나 정부의 역할은 각 주체의 이해관계를 조절하고 관리하는 능력이다. 과거 자유방임주의 시대처럼 정부가 대외적인 국방과 대내적인 치안 유지의 확보에 주력하고, 경제활동 등 나머지는 모두 개인의 자유에 맡기는 방식은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한 현 세계에 전혀 맞지 않는 것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나서 경제전반을 진두지휘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지금부터 이명박 정부가 할 일은 경제활동 전반에 걸친 점검과 관리다. 이번 부산을 비롯한 저축은행 사태만 보더라도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는 분명히 드러난다.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관련부처들이 신경을 써서 관리감독을 했더라면 작금의 사태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정부가 거대담론에만 매달려 시간을 보내는 사이 일반 서민들은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서민들의 고통을 줄이는 일에 매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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