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삼성전자와 LG전자 냉장고에 대해 반덤핑 및 상계가능한 보조금 부과에 대한 조사에 돌입했다. 특히 이번 조사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을 앞둔 미묘한 시점으로 양국 통상·외교관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월풀‘보조금’ 시비…FTA 비준 어떻게 되나 = 이번 조사는 미국 월풀사(社)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하단냉동고형 냉장고를 덤핑 판매했고 한국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했다며 상무부에 제소했고, 상무부는 이를 받아들여 조사를 시작했다.
월풀은 한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보조금으로 작용했을 뿐 아니라, 금융지원 등을 통해 상계가능한 보조금을 지원해 왔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가전분야에 대한 미국의 제소는 1986년 칼라TV 브라운관 제소 이후 처음이며, 특히 가전에 대해 반덤핑과 상계관세를 동시에 제소한 것은 전례가 없다고 지식경제부는 설명했다.
조석 지경부 성장동력실장은 “현재로선 월풀의 일방적인 주장이 담긴 제소장만 있어서 미국 정부가 어떤 사안을 문제 삼을지 알 수 없다”며 “미국이 구체적인 조사를 시작하면 성실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일부에서는 이번 조사가 양국 의회에서 한·미 FTA 비준을 앞두고 정치적 배경이 깔려 있는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FTA로 인해 미국 가전업체가 피해를 보기 전에 선수를 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조 실장은 “정황으로 볼 때 월풀이 미국정부와 사전에 충분히 교감한 뒤 제소를 진행한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지금 시점에서 FTA하고 연결시키는 것은 이르다”고 강조했다.
◇긴장하는 정부…TF로 총력대응 = 만약 미국 상무부가 보조금을 지급한 것으로 판명할 경우 파장은 만만찮다.
특히 정부는 이번 미국 상무부의 입장이 먹혀들 경우 산업정책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위기감이 크다. 경제위기 극복과 일자리 창출이 최대 화두인 미국 내 분위기를 감안하면 냉장고뿐 아니라 다른 업종에서도 제소가 잇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정부도 TF회의에서 미국 상무부와 월풀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은 좀 지켜봐야 하는 단계다. 미국 정부의 공식 질의서가 도착하지 않아서다. 월풀의 제소 내용을 바탕으로 미국 정부가 관련 내용을 보강해, 이달말이나 내달 초 보조금 관련 질의서를 보낼 예정이다.
조 실장은 “미국도 우리와 유사한 산업지원 정책이 있기 때문에 상계관세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신중하고 치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