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5년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으로 입사해 캐빈 매니저를 거쳐 올해로 17년차를 맞은 바리스타팀 심재범(42) 그룹장.
전문 바리스타가 기내에서 커피를 서비스하는 항공사는 전 세계 아시아나항공이 유일하다.
그는 커피 한 잔에도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고 말한다.
“커피를 발견한 에티오피아의 목동도, 이슬람사람들만 마실 수 있던 커피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중세의 유럽인들, 남자 판 마타하리 처럼 커피 묘목을 훔치기 위해서 적국의 귀부인을 감언이설로 유혹했던 커피 영웅의 이야기들이 모두 실제로 존재한 이야기입니다”
심재범 그룹장은 가장 권위 있는 미국 스페셜티 커피협의회(SCAA)의 Q-grader(커피 감정사) 예비과정을 수료했다.
전 세계적으로 이 과정을 거친 사람이 50여명에 불과할 정도로 예비 과정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바리스타 입문은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6년전 핸드 드립(기계가 아닌 직접 손으로 만든 작업) 커피를 접한 후 새로운 음료의 세계를 알게 됐고, 때마침 바리스타를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가 전국을 휩쓸고 있을 때였다.
그는 당시 드라마에서 커피 만드는 법을 자문했던 이동진 바리스타를 무작정 찾아갔다. 당시 이동진 바리스타는 사전에 약속을 하지 않으면 쉽게 만날 수 없는 유명인 이었다.
심 그룹장은 “당시 이동진 바리스타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유명인이었는데 무슨 인연인지 만나게 됐고 지금은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심재범 그룹장은 커피에 대한 편견을 버리라고 말한다.
“커피에 대한 편견중 하나가 커피는 몸에 해롭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자신 역시 얼마 전까지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신선한 커피의 폴리 페놀은 노화방지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의 3대 장수 음식으로 취급을 받고 있다”고 커피 예찬론을 폈다.
커피 한잔에 만족해 하는 승객의 칭찬 한 마디는 모든 피로를 가시게 한다고 심 그룹장은 말한다.
“특히 한국을 떠나 이민가는 승객이 평상시 좋아하던 스페셜티 등급의 커피를 핸드 드립으로 마신 후 한국에 대한 좋은 추억으로 기억할 수 있어서 감사해 했던 모습은 평생 못 잊을 것 같다”고 회상했다.
바리스타의 경우 모두 기내에서 서비스가 이뤄지기 때문에 장시간 비행을 해야 하는 손님들에게 또 하나의 볼거리인 셈이다.
그렇다면 바리스타들은 어떤 커피를 마실까?. 심재범 그룹장은 강배전(많이 볶는)된 브라질이나 콜롬비아 커피도 좋지만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를 추천한다.
“아프리카 커피의 원산지인 에티오피아 예가체프의 우아한 꽃향과 케냐 커피의 묵직한 크랜베리 향은 기내에서 지친분들의 피로를 예방하는데 참 좋다. 커피를 먹지 않는 손님들도 기내에서 핸드드립으로 제공하는 커피의 향을 무척 좋아한다”고 말했다.
심 그룹장은 오늘도 한 잔의 커피에 기뻐하는 승객들을 생각하며 커피비행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