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희의 중국여행】윈난성 리장고성

입력 2011-04-11 17:46 수정 2011-04-2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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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江이 만나 800년간 품은 '동양의 베니스'

리장 고성은 여전히 매력 있다. 리장((麗江) 고성(古城)의 지나친 상업화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오전 10시부터 하나, 둘, 깃발부대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골목으로 다닥다닥 이어진 상가들도 벌써 영업을 개시했다.

오후가 되자, 고성 전체가 아예 시장바닥이었다.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사방가로 이어지는 중앙 골목에서는 오가는 이들과 어깨가 스치고 부딪히기가 다반사요, 각자 일행들끼리 두런두런 속삭이듯 나누는 대화가 내게는 확성기를 틀어놓은 것만 같았다.

완벽한 소음이었다. 뉘엿뉘엿 해가 넘어갈 즈음, 고성은 더욱 출렁였다. 골목마다 불야성이다. 상점마다 주렁주렁 내단 붉은 등불이 세상을 환히 비춘다. 마치 백야라도 시작된 것처럼, 세상이 다 훤했다.

그럼에도 나는 쉽사리 고성을 떠나지 못했다. 오히려 자주 고성으로 향했다. 110km에 달하는 석두성부터 루구호까지 트래킹 갈 때, 동방의 여인국이라 불리는 루구호에 다녀와서도, 중국 최고의 트래킹 코스로 이름난 호도협에 가고 올 때도. 리장 고성은 내게 집만큼이나 안락한 베이스캠프가 되어줬다.

골목마다 저렴한 게스트하우스가 즐비하고, 마음만 먹으면 나시족 전통의 민가를 경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다. 나시족 전통음식이며, 다채로운 중국음식을 넘어서, 한식, 일식 등 세계 각국의 고유음식까지,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사실, 리장 고성은 꼭 가볼만 하다. 리장은 나시어로 ‘진사강이 머리를 돌리는 곳’이란 뜻을 지녔다. 칭장고원에서 남쪽으로 흘러온 진사강과 란창강, 그리고 누강이 윈난에서 합류한다.

그 ‘삼강병류’ 지점에 맑은 물을 끼고 ‘동양의 베니스’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경관을 품은 곳이 리장이다. 그 흔한 담벼락 없이, 4300㎡의 네모반듯한 거리에 형성된 리장 고성은, 그 역사가 자그마치 800여 년이다. 한때는 차마고도의 중심지로, 사방가(四方街) 골목을 따라 촘촘히 이어진 그 상가들이 무역과 상업의 최중심지였다.

이 대단한 유래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관광객만을 겨냥한 기념품점이며, 터줏대감인 나시족을 몰아내고 외지인들이 세운 식당이며, 카페에 눈살이 찌푸려진다면? 리장고성 최남단에 위치한 충의시장에 가보라. 리장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간직한 이 시장은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카슈카르에서 본 ‘일요대바자’를 떠오르게 했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여자건, 남자건 간에, 장보러온 사람이라면 등마다 짊어 맨 대나무바구니이다. 루이비통이니, 사넬이니, 지방시, 입생로랑 같은 명품가방은 이곳에선 하나 소용없다. 그 어깨에 걸친 장바구니가 최선이고, 최신유행 패션이다.

리장의 사시사철 온화한 기후, 맑은 물, 풍부한 토양은 채소를 살찌웠다. 팔뚝만한 가지나, 내 얼굴만한 생강이 놀랍다. 한때 배추파동으로 우리가 ‘금추’라 부른 배추 한포기가 이곳에서는 단돈 1위안. 지천에 즉석 먹거리가 종류도 다양하다.

갓 구운 빵 한보따리가 5위안. 겉은 바삭바삭하고 그 안에는 달달한 통팥이 가득 들었다. 한입 베물면 달콤한 맛이 입안 전체에 퍼지면서 배시시 웃음이 난다. 기름에 튀긴 감자, 쌀국수, 냉묵도 한그릇에 5위안 정도. 한끼 식사로 손색없다.

언제고 가방 싸서 훌훌 떠나면 그만인 여행자 신분의 내가, 충의시장에서 살 것은 없었다. 한보따리 빵을 사서 맛보고, 싱싱한 귤 한보따리를 사서 까먹는 게 전부였다.

그럼에도 충의시장은 내게 코끝으로 리장 고성의 매력을 느끼게 했다. 삶의 터전에서 풍겨오는 그 비릿한 생선냄새까지도 좋았다. 비로소 리장 나시족 일상에 한걸음 가까이 다가선 것 같다.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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