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 ATM·기업 SW 등장

입력 2011-03-1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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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구 앞 긴 줄 없어지고 은행원 밤11시 퇴근 없어져

IMF 경제위기가 우리나라의 은행지도를 바꿨다면 IT(정보통신)기술은 은행의 영업형태를 변화시켰습니다. 컴퓨터와 인터넷 등의 발전에 따라 기술이 인간의 능력을 대체한 것입니다. 간단한 사례로는 입출금 기능을 대체하는 ATM 기계, 고객의 신용평가를 수행하는 기업용 소프트웨어의 등장입니다.

몇십년 전만 하더라도 동네에 있는 은행 지점을 찾게되면 번호표를 받고 순서를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로 점포 안이 붐비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작은 돈이라도 입금하거나 찾기 위해선 점포를 직접 방문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오늘날은 집 안에서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이체를 하거나 오랫동안 점포 안에서 기다리지 않고 ATM 기계를 통해 업무를 볼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기술은 은행들이 고객을 저부가가치 부문(돈 안되는 손님)과 고부가가치 부문(돈 되는 손님)으로 가르기 시작한 계기를 제공하게 됩니다.

ATM과 같이 기계(기술)로 업무를 대체할 수 있게 된 이상 ‘돈 안되는 손님’을 대상으로 ‘값비싼’ 인력을 동원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은행들은 입출금 같은 간단한 서비스에 대해서는 ATM기를, 소액대출 고객에게는 신용평가 등의 서비스 절차를 구조화·표준화하는 방법으로 대응함으로써 이에 필요한 인력을 최소화하게 됩니다.

예전엔 적어도 수년간의 경험과 지식이 필요했던 업무를 고객의 신용가치를 평가하는 데 필요한 수백 가지의 규칙을 소프트웨어화해 단순화했습니다. 담당자는 컴퓨터가 요구하는 항목들만 입력하면 됐습니다. 물론 소프트웨어화는 그동안 있었던 부패의 고리를 끊는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정형화된 틀이 마련되어 있는 만큼 은행의 최고 수장인 은행장 조차 관여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한편 점포의 변화는 그 안에서 일하는 은행원들도 변화시켰습니다. 한 편엔 기계를 보조하거나 복잡한 판단이 필요하지 않은 단순반복노동을 중심으로 하는 비정규직 은행원이, 다른 편엔 각종 금융연금술을 숙지하고 있거나 조직 전체의 운용에 대해 복합적 판단이 가능한 정규직 은행원이 자리 잡게 됐습니다.

결국 불안한 일자리는 노동강도를 강화시켜 ‘평균 퇴근시간 밤 11시’에 이르기도 했지만 최근엔 ‘가족의 날’, ‘삼무데이’(회의, 회식, 잔업 없는 날) 등 휴식을 보장하는 조치들이 나오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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