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수장 2명 비리 수사에 고개숙인 경찰

입력 2011-01-06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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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양대 경찰조직의 전직 수장 2명이 동시에 검찰 수사를 받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자 경찰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 하고 있다.

서울 동부지검이 5일 함바집 운영권 비리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강희락 전 경찰청장과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을 출국금지했다고 밝힌 가운데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의 수사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수사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육상과 해상의 치안을 책임졌던 양대 경찰 총수가 동시에 검찰의 수사망에 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경찰조직이 받은 충격은 어느 때보다 강하다.

특히 조현오 경찰청장 취임 이후 추진해 온 내부 비리 척결 등 개혁 작업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추락이 불가피하고, 경찰의 숙원이던 검찰과의 수사권 조정 해결 문제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경찰 내에서 높아지고 있다.

◇비리척결·수사권독립 등 개혁과제 ‘어찌할꼬’= 이번 사건은 경찰이 지난해 8월 조현오 청장 취임 이후 강하게 추진해 온 내부 개혁 작업을 진행하는 데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강 전 청장이나 이 전 해경청장이 받는 혐의가 사실로 드러난 단계는 아니지만, 검찰이 양대조직 총수를 지낸 이들을 출국금지했다는 것은 어느 정도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경찰의 걱정과 우려는 어느때보다 큰 편이다.

조 청장은 취임후 추진한 7대 개혁과제 가운데 내부 비리 척결을 1순위에 두고 강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서울경찰청장 시절 유흥업소나 불법 성인오락실을 단속하는 경찰관들에게 업주와 통화조차 자제하도록 지시한 것을 본청장 취임 이후에도 강조하는 등 개혁에 박차를 가해왔다.

업무성과에 근거한 투명한 인사 시스템을 만들어 청탁을 근절하는 인사정의 실현을 강조한 것도 이 같은 개혁 작업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전직 청장의 금품수수 의혹이 불거지면서 경찰의 이 같은 개혁 작업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는 급락하게 됐다.

경찰이 아무리 개혁을 하려고 해도 불과 4개월 전까지 치안을 책임진 총수가 ‘검은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의 소환조사를 앞두고 있어 경찰의 개혁의지를 국민이 그대로 받아들일 리 어려워졌다는 점에서다.

경찰의 염원이던 검찰과의 수사권 조정 과제도 뜻밖의 암초에 부딪치게 됐다.

조 청장은 그동안 수사권 조정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수사 신뢰성 확보에 공을 들여왔다.

일선 경찰서의 고소·고발 사건을 담당하는 조사관을 경찰대 출신이나 여경 등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 젊은 층으로 구성하는 작업이 대표적이었다.

이러한 정책을 통해 경찰은 올해 상반기에 인사를 마무리하면서 내부 개혁 작업을 마치고, 수사구조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이었다.

하지만 이번 악재가 터지면서 일단 외부 분위기를 경찰 편으로 맞춰가는 작업은 매우 어려워졌으며, 나아가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기까지는 경찰이 기대하는 것보다 더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실이라면 고개를 못 들 정도” = 제26회 사법시험 출신인 강희락 전 청장은 지난해 8월 청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한동안 조용히 지내다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변호사로 새 자리를 잡았다.

최근까지만 해도 경찰은 강 전 청장이 치안총수 출신에 어울리는 새 자리를 잡았다며 흐뭇해 했다.

이 전 청장도 지난해 해경청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대외활동을 자제하며 조용히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차장과 해경청장직을 주고받은 강 전 청장과 이 전 청장은 서로 호형호제 할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두 사람이 수뢰 혐의로 검찰에 의해 출국금지 조치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해경을 포함한 경찰조직 전체가 큰 충격속에 빠져들었다.

경찰청의 한 치안감은 “검찰 수사 결과에서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부끄러워 고개를 못 들만한 사건"이라며 "당분간 두문불출하며 조용히 지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경찰 고위간부의 이 말은 이번 사건을 내부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경찰 내부는 검찰 수사 사실이 알려지면서 향후 수사 추이를 지켜보면서도 당혹감과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일로 인해 경찰의 이미지 실추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다른 치안감급 간부는 “사실이건 아니건 이번 사건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경찰이라는 이미지는 크게 실추될 것”이라며 “요새 인사철이어서 안그래도 뒤숭숭한데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며 조직에 안 좋은 영향을 많이 끼칠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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