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았던 환율 갈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졌던 원·달러 환율이 내년에는 미국 등 주요국의 경기 회복 둔화와 유럽 재정위기 등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겠지만 전반적으로는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내년에도 선진국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여러가지 한계에 부딪히면서 환율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민간 경제연구기관들은 대체로 원·달러 환율이 내년 중 1000원대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원·달러 평균 환율을 1080원으로 전망했다. 지난 9월 전망치인 1110원에 비해 하향 조정한 것이다. 1150원대 후반일 것으로 추정되는 올해 평균 환율보다 70원 가량 낮은 것이다.
LG경제연구원도 내년 평균 환율을 1090원으로 제시했으며, 외국계 투자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환율이 지금과 비슷한 수준에 있다가 하반기부터 큰 폭으로 하락, 3분기 말에는 109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씨티그룹은 환율이 내년 1분기까지 1100원대에 머물다가 2분기부터 하락해 연말에는 1030~1050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전망은 미국이 경기 활성화를 위해 초저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하면서 달러 가치는 약세를 나타내는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과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해 원화 가치가 상승(환율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기 때문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선진국의 풍부한 유동성이 신흥국으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은 하락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규제 리스크가 작용하면서 변동성이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의 경제 상황과 정책기조 변화가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높일 수 있다. 북한의 도발 위협 등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지면서 환율이 일시적으로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다.
여기에 외환당국이 직·간접적인 시장 개입과 함께 거시건전성 부담금(은행세) 도입 등 자본 유출입 규제를 통해 환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주요국 간 환율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다. 선진국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여러 가지 한계에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추가 양적 완화 정책에 대한 신흥국의 강한 반발이 계속될 전망이다. 또 미국의 저금리 정책 지속으로 유동성 함정에 근접해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의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시각이 팽배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대외경제장관회의에 보고한 ‘2011년 세계경제 3대 이슈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도 신흥국, 유로, 미국 경제가 서로 다른 정책 수단을 내걸고 있기 때문에 갈등 요인이 잠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자본 유출입 규제 뿐만 아니라 주요국 간 환율 갈등 재현 조짐 등 환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가 여전히 많다”며 “당분간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