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먹고살 길 막막...이웃간 情도 사라져"

입력 2010-12-06 10:53 수정 2010-12-0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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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발생 안동시 서후면을 가다

“한우 생산기반이 완전히 무너졌어요. 방역을 해도 구제역은 계속 확산되고, 이웃 간 쌓였던 정도 사라져 서로 손가락질 하고…. 동네 꼴이 말이 아니에요.”

구제역으로 가축 매몰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경북 안동시 서후면 대두서리 등 구제역 발생 마을 주민들은 지난 5일 한 마디로 패닉상태였다. 방역당국의 방역활동에도 구제역 발생 구간이 확대되면서 주민들의 불안감과 불만은 고조되고 정부에 대한 원성은 절정에 달했다.

자식새끼처럼 애지중지하던 소를 하루아침에 수 백 마리 씩 잃는 것도 안타깝지만, 수십년 간 정을 나누며 살던 이웃과 등을 돌리게 된 현실이 농민들의 가슴을 찢어 놓고 있었다. 가축을 기르는 농가에서 발생한 구제역으로 가축을 기르지 않는 농가들이 통행은 물론 마을 이미지가 추락하면서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것.

같은 마을에서 한우 농장을 운영중인 김모(58) 씨는 “팔아야 할 소 20두가 있지만 구제역에 따른 통제 때문에 나가지도 못하고 있다”면서 “사료값을 내야 하는데 이 돈 마련할 길이 막막하다”며 한 숨을 내 쉬었다.

이웃 마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두서리와 인접한 마을의 한 농장주는 말 걸기조차 미안할 정도로 화가 나 있었다. 이 농장주는 “기르던 소가 접촉했던 볏짚이나 사료도 함께 처분해야 해 태우고 있다”며 “구제역으로 가뜩이나 걱정이 태산 같은데 뭘 물어보냐”고 쏘아 붙였다.

또한 소독제 사용법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해 주지 않은 방역당국의 주먹구구식 방역에 대한 불만들도 쏟아졌다. 대두서리 한 주민은 “소독약을 사용하는 방범이라도 제대로 가르쳐 줘야 하지 않느냐”며 “기본적인 내용도 가르쳐 주지 않으니 아무래 소독을 해도 효과가 없는 것 아니냐”며 따져 물었다.

안동시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방역당국은 안동으로 진입하는 서안동 상하행선 나들목에 방역초소를 꾸려, 차량 방역에 나섰다. 이 곳에는 양쪽에 높이 2m 가량의 방역기를 설치해, 차량들이 톨게이트를 통과할 대마다 자동으로 차체와 바퀴 등을 쉴 새 없이 소독했다.

초소에서 근무중인 임성희 경북 일자리창출단 사무관은 “3일부터 경북도청 직원들이 각 초소에 12시간 동안 2조씩(1조당 100명) 교대로 근무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초소 역시 기본 생리현상 해소하기도 쉽지 않았다. 운영 중인 총 46개 초소 중 이동화장실을 설치한 곳은 12개 밖에 없는 등 미비한 점 투성이었다.

안동시 관계자는 “구제역 발생지역으로부터 소 500m, 돼지 3km 이내에 있는 가축들은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더라도 살처분 대상”이라며 “이들 농장주에 대해서도 협조를 요청하는 등 확산을 막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안동일대 한우 경락가격(1Kg)은 지난 11월에는 평균 1만4375원에서 1만4227원(12월2일), 1만3849원(12월3일)으로 떨어져 축산농가의 피해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6일 오전 현재 구제역 확진지역은 안동 29곳과 예천 1곳 등 30곳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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