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뷰-포인트] 환율불안 재연 대비를

입력 2010-12-03 11:01 수정 2010-12-0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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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신 한국스탠다드차타드증권 대표

연평도 사태 이후 금융시장의 불안이 다소 가라앉긴 했지만 잠재적 위험은 남아있다. 특히 시장 외적 충격이 있을 때마다 급 변동을 보이는 환율 움직임이 그러하다. 주지하다시피 환율은 지나치게 불안하면 기업, 은행들이 글로벌마켓에서 외화자금조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해외로부터의 부채상환압력이 커지고 해외투자자들의 우리나라 주식매도 증가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만큼 외환시장의 안정적 관리는 중요하다.

우리나라 환율은 충분한 외환보유고에도 불구 IMF 위기, 2008년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등 위기발생시마다 급 변동을 보여 왔는데, 세계에서 우리나라 실물경제의 높은 위상을 고려하면 안타까운 일이다. 이에 우리나라 외환시장이 구조적으로 취약한 이유를 리만사태 이후의 2008년 하반기와 동유럽사태가 불거졌던 2009년 상반기의 환율 급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리먼 사태로 전 세계가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원-달러 환율은 2008년 하반기에만 2007~2008년 상반기대비 35%나 절하되고 변동성도 20% 급상승했다. 또한, 2009년 3~6월에는 후에 환율이 회복되긴했지만 환율 변동성도 25% 이상까지 높아진 바 있다. 환율 변동으로 보면 세계 최고라 할 수 있는 폴란드, 러시아, 호주 정도로 극심했었다.

우리나라 환율은 쇼크가 오면 왜 이리 변동이 심할까? 첫째, 외환보유고는 많지만 단기외채비중이 높아서 해외에서의 상환압력이 커지면 외화유동성 이슈가 나올 수 있는 구조적 특징을 들 수 있다. 특히 조선, 중공업 등 일부 산업구조상 외환자산은 5~10년에 장기에 걸쳐 벌어들이는 반면, 외화부채조달은 3년 전후로 짧아 만기불일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지금은 당국의 적극 관리와 경상수지흑자 증가로 낮아졌지만 2008년 말 당시만 해도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비중이 80%에 육박했었다. 기업들이 외화자금조달을 신용도 높은 은행에 기대면서 은행들의 외화부채가 늘어나기 쉬운 것도 또 다른 트리거(trigger)요인이다. 위기 후 금융당국의 적극적 은행건전성 관리강화로 많이 안정화됐지만 은행들의 글로벌기반 부족으로 달러예금 등 외화자산이 늘기 어려워 외화부채가 급격히 늘 때마다 외화자산부채관리가 어려워지는 구조적 취약성은 여전하다.

또 이처럼 외환수급상의 불일치요인이 있더라도 금융시장이 효율적이고 균형적으로 국제화되어 있다면 환율의 급 변동을 흡수할 수 있을 텐데, 아직 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은 상존하고 있는 것 같다. 우선 많은 노력에도 불구 채권시장이 성숙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2008년 하반기, 2009년 초 외국인이 대량 보유한 채권의 만기가 집중돼 외화유동성 논란이 불거진 것은 처음 겪는 일로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문제는 외국인의 채권매수 증가가 아니라 채권만기관리와 외국인, 내국인의 외화채권 매수 및 국제화과정에서의 균형적 확대발전이라 하겠다. 2008년 8~9월 스왑금리 갭이 6%까지 벌어진 것이 채권시장 국제화의 미성숙 및 불균형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라 하겠다. 마지막으로 외환시장 자체의 문제도 오래 전부터 지적돼왔다.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경제로 외환시장이 개방돼 있긴 하지만 시장 참여자가 은행 중심으로 치우쳐 다양한 니즈를 소화하기 어렵고 거래규모도 작아 충격에 약하고 투기에 쉽게 노출되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환율의 불안요인에 대해 정부가 금융위기 후 발 빠르게 대응, 외환시장을 안정시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수출 촉진책으로 외환보유고를 늘리면서 미중일과의 통화스왑, 은행의 외환건전성 강화, 채권안정기금 등으로 해외투자자들의 달러회수압력을 낮추고 핫머니개입, 자본도피(capital flight)가능성을 차단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과거경험에서 보듯 위기의 씨앗은 안정적으로 보일 때 싹트기 마련이다. 외환건전성 강화의 액션플랜이 잘 구체화되고 있는지 재점검하고, 특히 외화자산부채의 만기관리, 채권시장의 국내외 균형적 국제화, 외환시장의 참여자확대 등 선진화, 대형은행들의 글로벌화 추진으로 외화자산기반의 확충 등 구조적 개선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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