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수의 공시 따라잡기]코리아디스카운트 없애는 법

입력 2010-11-3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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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쟁력은 22위, 공시분야 95위

IFRS 도입, 보다 투명한 회계정책을

얼마 전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우리나라가 종합2위의 성적으로 끝이 났다.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서로 다른 나라의 선수들이 함께 경기를 펼칠 수 있는 것은 공통된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축구 경기를 할 때 손을 사용해도 된다던지, 육상 100m에서 다른 라인을 침범하는 것을 인정한다면 함께 공정한 경기를 할 수 없다.

기업이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회계기준 역시 마찬가지이다. 만약, 우리나라 회계기준으로 매출액이 100인 기업이 미국 회계기준으로는 50이라면? 중국 회계기준으로 200이라면? 즉 국가마다 재무제표의 기준이 다르다면 투자자들은 많은 노력을 통해 자기 나라의 기준으로 기업의 재무제표를 다시 해석해야 한다.

요즘은 우리나라의 투자자가 우리나라 회사만 투자하는 것은 아니며, 많은 외국인들 또한 우리나라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 그래서 국제적으로 통일된 회계기준이 필요한데, 이것이 2011년부터 상장사에게 도입이 의무화된 IFRS(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다. 즉, 국가간 재무제표의 비교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국제적인 회계기준에 따라 기업의 재무제표를 작성하겠다는 뜻이다. 운동경기 시 모든 국가의 선수들에게 적용되는 국제 룰인 것이다.

그렇다면 IFRS에서는 도대체 뭐가 바뀐다는 것인가?

가장 크게 바뀌는 것이 IFRS에서는 연결재무제표를 주 재무제표로 하는 것이다. 현행 기업회계기준에서는 기본적으로 삼성전자라면 삼성전자 자신의 재무제표만 보고했지만 이제는 S-LCD 등 123개의 자회사의 재무제표를 합쳐서(연결하여) 보고하게 됐다. 즉, IFRS가 도입되면 종속회사의 재무상태나 경영실적이 그대로 지배회사의 재무제표에 나타나기 때문에 우량한 종속회사를 많이 보유한 기업일수록 많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소위 잘나가는 아들은 둔 아버지일수록 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2010년 6월 기준 개별자산 총액은 약 98조9000억원이다. 반면, 연결기준 자산총액은 125조7000억원에 이른다. 영업이익 역시 개별기준일 경우 7조5000억원에서 9조4000억원으로 크게 증가한다.

또한, IFRS에서는 공정가치 평가의 적용범위가 현행 회계기준에 비해 확대된다. 여기서 공정가치라는 것은 합리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당사자간에 거래되는 교환가격을 의미한다. 몇 년 전 필자의 아들이 게임기를 사달라고 조른 적이 있다. 당시의 가격이 정확히 생각나지는 않으나, 상당한 액수의 금액을 지불했던 기억이 난다. 만약 현재 필자의 재무상태를 나타내고자 할 때, 그 게임기는 얼마에 계상되어야 할까? 그 때 당시 지불했던 가격이 그대로 계상된다면 게임기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부서져서 팔 수 조차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 게임기의 공정가치는 0원이라고 할 수 있다. 합리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그 게임기를 살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부분에 있어 역사적 원가를 인정해 왔다. 즉, 재무상태표에 취득당시의 가격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는 뜻이다. IFRS에서는 많은 부분에 공정가치로 측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유형자산에 대해 공정가치를 활용한 재평가를 인정하고 있다.

이미 많이 알려진 한국전력공사의 예를 보자. 한국전력은 2009년 9월 유형자산 중 약 33조3000억원 가량의 토지, 건물, 구축물 등에 대해 IFRS도입에 따라 자산재평가를 실시한다는 공시를 했다. 2010년 1월 자산재평가의 결과를 공시하였고 9월에는 정정공시를 통해 투자자에게 자산재평가로 인해 약 10조8000억원 가량이 증가할 것임을 보고하고 있다. 7개의 자회사까지 합하면 약 21조8000억원이 넘는다.

한편, IFRS는 원칙중심의 회계기준이다. 기업회계기준이 법률관계 등에 따라 개별사안에 대하여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반면, IFRS는 기본원칙과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경제적 실질을 반영하도록 경영진에게 대체적인 회계처리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제 주식투자 시에도 새로운 회계기준이 적용돼 해당기업의 재무제표가 어떻게 변화할지 충분히 고려해야 하며, 투자대상 기업을 평가할 때 좀 더 세심한 주의를 요구하게 됐다.

지난 9월, 세계경제포럼에서는 2010년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22위로 순위 매겼다. 그 중 감사·공시분야는 95위로 랭크됐는데, 참으로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IFRS도입으로 보다 투명한 회계정책이 정착하여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없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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