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속도로 변하는 산업생태계.. '선구자'만 살아남아

입력 2010-11-2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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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패스트팔로우어(Fast Follower)'.. 뜨는 '퍼스트무버(First Mover)'

패스트팔로우어(Fast Follower) 시대는 지나갔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기업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한‘패스트 팔로우어’전략의 시대가 지나가고 이제는 ‘퍼스트무버(First Mover)’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패스트팔로우어는 1등 업체의 기술과 전략을 벤치마킹해 빠르게 따라잡는‘신속한 추격자’란 의미. 퍼스트무버는 패스트팔로우어와 반대되는 개념으로써 새로운 생태계와 글로벌 트렌드를 이끌어 나가는 전략을 뜻한다.

국내 기업들이 패스트팔로우어 전략에서 퍼스트무버 전략으로 돌아서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애플 아이폰으로부터 시작된 스마트폰 열풍이다.

애플이 아이폰을 시장에 내놓으며 전세계 IT생태계를 변화시켰지만 국내 기업은 패스트팔로우어 전략에 자만하며 기다리다 역풍을 맞은 것. 기존 사업과 달리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스마트폰 시장은 후발사업자들이 따라붙을 시간적 여유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젊은 삼성’을 표방하며 인적 및 조직 재편을 서두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과거 화려한 명성을 떨쳤던 일본의 소니가 급격히 쇄락한 것이나, 애플의 아이폰이 기존 시장질서를 무너뜨린 사례를 반면교사를 삼겠다는 선제적 포석이다.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도 임직원들에게 보낸 CEO메시지를 통해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하자"고 주문했다. 패스트팔로우어가 아닌 퍼스트무버 전략을 강조한 것이다.

최 사장은 "가격이나 성능, 시장점유율이나 영업이익률이 아닌 혁신제품만이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한다는 뜻"이라며 "PC, 휴대폰, TV 등 삼성전자의 1위 제품은 많습니다. LED TV나 AMOLED 휴대폰폰 같은 히트상품이 지속적으로 나와야 빠르게 변하는 시장의 선두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그동안 패스트 팔로우어 이미지가 강했지만 전체적인 사업 포트폴리오에서는 시장을 선도하는 위치에 올라서 있다. TV사업의 경우 소니를 제치며 세계 1위에 올라선 이후에도 LED TV -> 3D TV -> 스마트TV로 이어지는 TV사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며 시장을 이끌고 있다.

특히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신성장동력 사업에서도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엿보인다.

LG전자는 스마트폰 흐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휴대폰 사업이 적자로 전환하는 등 위기를 맞았다. 이같은 위기에서 LG전자의 새로운 대표로 취임한 구본준 부회장이 내세운 전략이 바로 1등 주의인 ‘퍼스트무버’다.

실제 구본준 부회장은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직후 반도체 빅딜로 사업 유지가 불투명했던 상황에서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설립을 주도하며 4년 만인 2003년 TFT-LCD 세계 1위 업체로 키운 바 있다.

이어‘PDP 불패론’에 맞서‘LCD 대세론’을 주장하며 2004년 파주에 5조3000억원을 들여 7세대 LCD 패널공장을 설립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로 밀어 붙였다. 그 결과 2006년 LCD TV가 시장의 주도권을 쥐며 종지부를 찍었고 이후 LGD 사상최대 실적의 발판이 됐다.

구 부회장은 LG전자의 현재 위기상황의 핵심을“잠시 방심해도 추월 당할 수밖에 없는 냉혹한 게임의 법칙에 있다”고 판단하고“게임의 법칙을 지배하자”는 주문을 했다.

LCD와 PDP의 패권다툼에서 경험했듯이 룰을 만들고 주도권을 쥐는 것만이 위기를 넘어‘1등 LG’로 나아갈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의 룰을 따르는 패스트팔로우어 전략으로는 승자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회의나 조회 등을 시작하기 전“반드시 1등 합시다”라는 인사말을 함께 외치는 것도 퍼스트무버를 몸에 체득하기 위한 일환이다.

LG 유플러스의 이상철 부회장도 퍼스트무버 전략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1일 마련된 신입사원 환영행사에서‘탈통신 세계 일등 기업’으로서의 포부를 밝히며 탈통신의 주역이 될 신입사원들에게‘사고의 전환’을 역설했다.

이상철 부회장은“통신회사의 탈을 쓰고는 앞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야 앞서 나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마인드셋(mind-set)을 바꿔야 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에 갇혀 있지 말고 사고의 틀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LG상사의 대표이사 자리에 앉은 하영봉 사장도 1등을 강조하고 나섰다. 하영봉 사장 및 임원들은 최근 사무실 주변의 공공장소에 붙인 메모를 통해 직원들에게“업계 최고의 프로가 돼 달라”고 주문했다.

메모에는“지속적인 성장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맡은 분야에서 업계 최고의 프로가 돼 주길 바란다”며“우리 조직은 프로들이 모인 강한 조직을 원하고 있다”고 적혀있다.

이미 퍼스트무버 전략을 통해 앞날을 대비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LG화학, SK에너지, 삼성SDI 등 국내 에너지 기업들은 전기자동차 시대를 대비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진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LG화학은 지난 10여년 이상 소형 리튬이온 배터리를 양산해왔고 지난해에는 현대·기아차 아반떼 하이브리드카용 공급을 위해 세계 최초의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시설을 구축한 결과 GM과 6년간 시보레 볼트에 들어갈 2차전지를 독점공급 계약을 맺었다.

LG화학은 GM 외에도 미국의 포드와 이튼, 유럽의 볼보와 르노, 중국 장안기차, 국내 현대·기아차와 CT&T 등 총 8개사와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또 전기자동차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맞춰 오는 2013년까지 오창에 1조원을 투자, 연간 6000만셀로 증설할 예정이다. 이미 첫 번째 공장 바로 옆에 연면적 6만7000㎡규모(2만평)로 두번째 공장 건설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김반석 부회장은“지금까진 패스트 팔로우어였는데 이제 퍼스트 무버가 됐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퍼스트무버 전략은 국가적으로도 중요시 되고 있다. 황창규 지식경제부 연구개발(R&D) 전략기획단장은“수요가 없는 기술 개발은 의미가 없다. 이제까진‘빠른 추격자’(패스트 팔로우어, Fast Follower)로 한국 이미지를 높였지만 앞으로는 산업 흐름을 주도하는‘선구자’(퍼스트 무버, First Mover)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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