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시장 눈속임 입점...롯데마트·건물주와 1년전 ‘밀약’

입력 2010-11-18 11:00 수정 2010-11-1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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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째 가업 이었는데…” 상인 70~80% 폐업 위기

▲롯데마트가 눈속임 입점 논란을 빚고 있는 삼양시장 건물 간판 테이프를 상인들이 떼어내자 롯데마트라는 상호가 분명하게 보이고 있다.
“직장을 그만두고 부모님의 방앗간 일을 물려받아 16년째 내리 해왔는데….”“어떻게 롯데라는 대기업이 영세상인들을 깜쪽같이 속이고 하루아침에 길바닥으로 내쫓을 수 있단 말입니까.” “쇠파이프만 들지 않았지 용역깡패와 다를 바 없습니다.”

17일 오후 서울 강북구 삼양시장에 삼삼오오 모여있던 상인 중 한 명이 울부짖으며 내뱉은 말이다. 지난 9월 삼양시장 재건축 건물의 가림막을 벗기자 강북 삼양시장 상인들과 월세점포 주인들은 경악했다. 재건축된 삼양시장 건물 대신에 주차장을 포함해서 2500여평 규모의 롯데마트가 떡하니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삼양시장 재건축은 1년여 전부터 진행됐지만 상인들은 현대화된 시장이 들어서는 줄로만 알았다고 했다.

삼양시장연합회 총무 고현석(48·방앗간 운영)씨는 “공사를 위해 덤프트럭이 1년 동안 시장입구를 막았다”며 “시장 전체 매출이 30%나 떨어졌지만 새 건물에 대한 기대 때문에 참아왔는데 롯데와 건물 대표가 짜고 벌인 일이 윤리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롯데마트와 건물주 모두 상인들을 깜쪽같이 속였다는 사실이다. 건물주 삼양시장(주) 서 모 대표는 ‘재래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근거로 시장 재정비 사업을 벌인다고 했지만 실상은 애초부터 임대나 매각을 위해 롯데마트에 맞게 건물을 짓는 협약을 체결한 상태에서 롯데마트를 위한 건물을 짓는 눈속임을 해왔다.

18일 롯데마트와 상인 등에 따르면 월세 점포 상인들을 내보내고 재건축이 진행되면서 이미 롯데마트와 서 대표가 마트 입점을 전제로 한 협약을 맺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입점은 애초부터 확정돼 있어 롯데마트에 맞게 건물을 짓는 협약을 체결했으며 현재 남은 건 건물 인수와 임대 여부를 조율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건물주가 자금난을 겪으며 우리에게 인수여부를 타진해왔다”며 “수도권 입점을 위해 노력해온 만큼 긍정적으로 검토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상인들은 롯데마트와 서대표가 재건축 당시부터 지금까지 상인들에게 입점 사실을 알리지 않기 위해 주도면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1년 전에 이미 협약을 맺어 놓고도 둘 중 누구도 상인들에게 입점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은 물론, 7월에만 해도 건물 1층 상단부가 없는 평평한 바닥 상태에서 지난 9월까지 순식간에 건물을 올리고 건축용 천막을 떼버릴 정도로 속전속결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롯데마트는‘롯데마트 매장입구’라는 간판에 롯데마트 글씨를 까만 테이프로 가리기까지 했다. 상인연합회 회장 조규흥(56·정육점운영)씨는 롯데마트가 붙여놓은 테이프를 떼어 내 기자에게 보여주면서 “롯데마트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라고 분개했다.

상인들은 지난 16일 삼양시장 입구 롯데마트 앞에서 시위를 벌였으며 향후에도 적극적인 행동을 벌일 계획이다. 상인연합회 관계자는 “롯데마트가 개점하면 1년안에 삼양시장 상인 70~80%는 문을 닫는다”며 “생존권을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통법이 통과되고 상생법이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지만 이들을 보호할 법적 장치는 전무하다. 현재 삼양시장은 강북구청에 재래시장으로 등록돼 있지만, 건물주는 건물이 완공되는 대로 이 건물을 ‘대규모 점포’로 변경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양시장 상인은 이제 재래시장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처지이며 사업조정신청도 어려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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