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8일 리베이트 쌍벌죄 시행을 앞두고 제약업계가 패닉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물론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정청,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협공을 펼치 듯 강력한 리베이트 조사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쌍벌죄란 제약업계와 의료계에 관행처럼 존재해 온 리베이트 수수를 근절하기 위해 양쪽 당사자 모두를 처벌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서울 영등포구에 소재한 A제약을 급습, 리베이트와 관련한 강도높은 조사를 실시했다. 쌍벌죄가 시행되면 내부고발이나 제약 파파라치가 생길 수 있다는 제약업계의 당초 예상대로 이번 조사 역시 제보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G제약에는 공정위 조사관 4~5명이 방문해 노트북과 관련자료를 압수해 갔다. 이에 앞서 지난 10월에는 식약청과 심평원이 공동으로 B제약에 조사단을 파견, 리베이트와 관련한 대대적 조사를 벌였다.
쌍벌죄가 본격 시행되기 전부터 범 정부 차원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의지가 그 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복지부는 이미 지난 7월 ‘의약품 유통 부정·비리 신고센터’를 설치, 리베이트 수수와 관련된 신고가 접수되면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고강도 조사에 제약업계는 초긴장 상태다. C제약 관계자는“이번 리베이트 조사는 공정위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그동안의 조사와 달리 범 정부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 같다”면서“제약회사 가운데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곳이 드문 만큼 조사가 장기화될 경우 제약업계 전체가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의 우려는 이미 가시화된 상태다. 병·의원 등 의료계에서는 속속 제약회사 영업사원 출입금지를 결의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받는 압박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D제약 관계자는“병·의원들이 리베이트 수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제약회사 영업사원과의 만남을 아예 거부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면서“공중보건의들이 있는 보건소 출입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의료계 역시 쌍벌죄 시행에 대한 불만이 높은 상태인데, 특히 리베이트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분분하다. 명확히 처방의 대가로 판단할 수 있는 제약회사의 리베이트는 금지하더라도 학술지원과 같은 정상적인 판촉활동은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기부행위 금지다. 의료계는 그동안 제약업계의 지원으로 학회 등 다양한 사업을 해 왔는데, 이중 상당수가 기부행위에 해당돼 각종 학술회의나 교육사업 진행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제약 관계자는“정부의 정책이 제약산업 장려보다는 규제 위주로 추진되고 있다”며“국내 제약산업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규제만이 능사가 아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