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뷰-포인트] 즐기며 일하는 산업단지

입력 2010-11-05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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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규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새 집을 고를 때면 고민거리가 생긴다. 집의 상태는 물론이요 주변의 환경도 주요한 고려사항이 된다. 넓은 주차장과 교통의 편리에서부터 주변에 쇼핑이나 여가를 즐길만한 장소가 있는지, 자녀를 둔 세대라면 좋은 학교는 있는지, 유해한 환경은 없는지도 중요하다. 여기에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체육시설이나 공원과 같은 환경이 갖춰져 있으면 만족도는 더욱 높아지기 마련이다.

주거생활에 대한 기대치처럼 일터도 마찬가지다. 높은 보수와 좋은 대우가 일차적인 선택조건이겠지만, 이젠 일터를 둘러싼 환경 또한 함께 중요한 시대가 됐다. 근로자가 일터에서 만족하는 삶의 질(Quality of working life)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나 프랑스의 소피아 앙티폴리스가 부러운 것은 비단 이곳들이 선진 클러스터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휴양지처럼 드넓고 쾌적한 환경에 주거, 쇼핑, 학습, 탁아 등 일상생활을 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는 시설이 갖춰져 있어 근로자들의 의욕과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더불어 주변에 위치한 대학은 끊임없이 젊고 우수한 인력을 공급하고 산학협력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산업단지는 어떤가. 산업단지라는 공식 명칭이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과거의 이름인 ‘○○공단’으로 불리는 게 자연스러운 현실이다. 수도권의 산업단지에서는 출근길부터 교통대란이 일상화되어 있고, 도착하면 곧 주차전쟁이 시작된다. 손님과 함께 점심식사라도 하려고 하면 3∼40분 전에 차를 타고 단지 외곽으로 나가야 한다. 일과 후 자기계발을 목적으로 학원에 가기 위해선 또 한번 교통수단의 힘을 빌려야 한다. 부정적 이미지에 젊은이들은 산업단지 취업을 외면하고 있어 현장의 인력난은 갈수록 심화되어 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사례들이 산업단지를 회색빛 이미지로 고착시키고 나아가 실제 기업경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조성 단계에서부터 미래의 변화를 미리 대비하지 못한 과오가 크다. 그러나 20~30년 전에는 당장 생산과 수출을 확대시켜 산업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지상과제였다. 근로자들을 위한 편의시설이나 주변의 지원기능은 부차적인 문제였다.

우리는 산업단지를 통해 경제성장을 실현해 왔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국가와 지역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향후에도 산업단지가 국가경제의 성장판이 되어야 함을 감안하면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해야 하는 시점이 된 것은 분명하다.

산업단지를 일하고 싶은 고부가가치 산업공간으로 재창조하는 내용의 ‘QWL 밸리 사업’이 지난 주에 출범했다. 늦었지만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산업단지의 기업환경을 개선하고 근로자들이 만족스럽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자는 것이다. 전국 4곳의 노후 산업단지에서 시작하는 시범사업은 기반시설 개선에서부터 기업지원, 근로자 복지시설 확충과 업종고도화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산업단지의 변화를 이끌게 된다.

오랜 준비와 난관 끝에 첫발을 내딛은 만큼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산업단지가 다시금 국민경제 성장의 터전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첫 출발점인 시범사업의 성공이 필수적이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 지자체는 물론이요, 민간과 기업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

서울디지털단지는 가까이서 찾을 수 있는 좋은 참고사례다. 경공업 중심의 과거 구로공단은 오늘날 첨단 지식산업센터(아파트형공장)에 1만개 기업과 12만명이 모여 일하는 IT 벤처밸리로 변모하였다. 이러한 성과는 정부가 먼저 규제완화를 통해 변화의 여건을 조성하고 기업과 민간의 적극적인 호응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모처럼 시작된 산업단지의 개선작업이 원만히 추진되어 제2, 제3의 서울디지털단지가 속속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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