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월 '용산참사'가 발생한 국제빌딩 주변 4구역의 재개발 계획이 무효라는 판결이 나와 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조만간 주상복합아파트(500여가구)의 분양을 앞두고 있던 삼성물산 컨소시엄과 조합측으로서는 당혹스럽다는 표정이다. 건설업계는 특히 2007년 이후 절차상 하자를 용인하지 않은 일관된 법원 판결의 연장선이라 평가하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절차상 하자가 있는 재개발사업에 대한 법원의 잣대가 더욱 엄격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용산4구역 재개발 무효판결로 인해 조합측이 선택할수 있는 길은 3가지다. △대법원 상고 △절차상 하자 치유 △조합원 합의 등이 그것이다. 조합원 합의가 가장 신속하게 사업을 다시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이지만 조합측은 대법원 상고나 하자를 개선해 다시 관리처분인가를 받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업기간 연장을 감수할 수 밖에 없어 조합측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재건축재개발 진행 중 절차상 하자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법원의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는 평가다. 이전에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어느정도 진행됐을 경우에는 절차상 하자가 있더라도 조합원의 피해를 감안한 판결이 더 많았다.
그러나 2007년 이후 재건축 분쟁이 잦아지면서 절차상 하자를 인정하지 않는 판결로 선회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백지동의서를 받아서 문제가 됐던 왕십리 뉴타은 재개발 판례다. 용산4구역 판결도 이런 분위기의 연장선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재건축·재개발 관련 잡음을 없애기 위해 도입된 ‘공공관리자제도’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시공자 선정 등 절차상 투명성을 강조하는 공공관리자제도는 일부 조합과 시공사들의 반대로 아직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공공관리자 제도를 피하기 위해 서울 강동구 등 재건축 조합들이 지난 9월 대거 시공사 선정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판결로 절차상 하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공관리자 제도가 다시 주목받는 계기도 될수 있다는 소리다.
권순형 J&K부동산투자연구소 대표는 “절차상 하자에 대해 엄격한 법규정 적용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최근의 판례”라며 “이번 판결로 용산4구역의 경우 사업진행이 크게 더디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