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전-上]'승자의 환호'냐 '승자의 독배'냐

입력 2010-10-26 13:55 수정 2010-10-26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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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車그룹 VS 현대그룹 양보못할 승부수

기업 가치·시너지 효과 ‘꼼꼼히 따져야’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현대건설을 인수하기 위한 현대·기아차그룹과 현대그룹 간 경쟁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현대그룹은 광고를 통해 국민들의 감성에 호소하며 여론 형성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10조원이라는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발전 방안 등 현대건설 인수 후 성장전략을 내세워 채권단을 설득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전은 지난 2000년 그룹 분열 후 누가 현대그룹의 적통을 잇느냐는 오랜 논란의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두 그룹이 사활을 건 혈전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현대건설을 인수하지 못하면 자칫 경영권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는 현대그룹으로서는 배수진을 치고 반드시 인수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다 보면 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돌발 가격’까지 나올 수 있다는 게 재계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4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인수가격은 양 그룹 간의 인수 경쟁이 가열될 수록 몸 값만 계속 오르게 되고, 결국에는 무리한 인수로 ‘승자의 저주’에 걸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급기야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현대건설 매각과 관련해 “인수 가격과 함께 인수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자금조달의 건전성을 반영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사활이 걸린 만큼 이같은 발언이 어느 정도 먹힐지 의문이다.

M&A 업계의 한 관계자는 “M&A는 원래 상대방과의 은밀한 전략싸움으로 주도면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면서도 “금호와 두산 등 과거 사례를 비추어 볼 때 인수 후에 후폭풍이 몰아치는 경우가 있는 만큼 이를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현대건설 M&A, 과거에서 배워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정중동(靜中動)’의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현대건설 인수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 회장은 지난 21일 취임 7주년을 맞아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얼마 전 지하 700m에 매몰됐다가 69일 만에 기적적으로 구출된 칠레 광부들을 예로 들며 “33번째 마지막 광부를 구출한 구조대원들이 품속에서 꺼내 든 플래카드에 미시온 쿰플리다 칠레(Mision Cumplida Chile·임무완수 칠레) 라고 적혀 있었다”며 “우리도 마지막 힘을 모아 미시온 쿰플리다 를 외쳐보자”며 현대건설 인수 의지를 천명했다.

현대그룹은 또 25일자 도하 각 신문 1면에 게재한 광고에서 ‘현대그룹은 비상장 기업과 합병하지 않겠습니다. 시세차익을 노리지 않겠습니다. 경영권 승계의 도구로 쓰지 않겠습니다.’며 현대차그룹에 대해 직접적인 공격에 나섰다. 현대그룹의 광고는 이번이 세번째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아무런 대응을 않고 있다.

대신 지난 19일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오는 2020년까지 10조원를 투자해 32만명을 고용 창출하고 수주 120조원, 매출 55조원의 회사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감성에 호소하는 현대그룹에 맞서 이성에 호소하는 전략이다.

재계와 M&A 업계에서는 가열되는 인수전에 한결같이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과거 M&A 실패 사례를 교훈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2006년 11월과 2008년 1월에 잇따라 인수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때문에 그룹이 분리되는 아픔을 겪었다.

서울 신문로의 금호생명 사옥을 헐값에 내다팔고 인수한 기업을 다시 토해내는 등 홍역을 치르고 있다. 그러도 그 어려움은 지속되고 있다.

두산그룹도 미국의 밥캣을 인수합병(M&A)하며 고생을 했으며 이 때문에 유리병 제조업체인 두산테크팩과 소주 ‘처음처럼’을 생산하는 두산주류BG 등의 알짜회사를 매각했다.

이외에 한때 M&A의 귀재로 각광받았던 대한전선이나 유진그룹 등도 승자의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인수전에 뛰어들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이 되고도 자금난으로 최종 인수에 실패한 사례도 있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뜻하지 않은 금융시장 위축으로 인수대금 6조 3000억원을 마련하지 못해 결국 산업은행과 3000억원이 넘는 이행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한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 고가 인수 부담, 누구도 자유롭지 못해= 현대건설의 매각 대금은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 34.88%와 경영권에 대한 인수 프리미엄까지 더하면 3조5000억∼4조원이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이 총 4500억원 규모의 무보증 사채를 발행하며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자금 확보에 돌입했다. 또 국내외 탄탄한 재무 구조를 지닌 FI와 SI를 컨소시엄에 참여시켜 인수전에 나서고 있다.

현대그룹은 그룹 분리 당시 현대건설이 그룹 계열사였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인수전쟁에서 명분론 만으로 통하지 않는다.

4조원 이라는 천문학적 인수가격은 현대그룹보다 비교적 자금 여력이 높은 현대차에게도 부담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여기에 경쟁이 가열돼 인수가가 더 높아진다면 인수 후유증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 정통성’이라는 자존심이 걸린 이번 인수전에서 서로 이기려고 무리하게 입찰에 나설 경우 인수가격이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는 수준까지 오를 수도 있다”며 “이상 고가로 낙찰될 경우 현대건설은 물론 인수기업에도 독이 되는 ‘승자의 저주’는 피해야 한다”고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은 냉정한 만큼 현대건설 M&A도 감정보다는 이성적 판단이 우선돼야 우리 경제와 현대건설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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