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는 장기집권…이사회와 결탁하고…권력투쟁 연례화

입력 2010-10-05 11:05 수정 2010-10-0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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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지배구조 이대로 좋은가 <중>] 후계자 안키우고 권위 넘보는 2인자 퇴출시켜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2001년 출범 당시부터 권력 투쟁에 휘말려 왔다. 이번 신한금융 사태도 크게 낯설지 않은 것도 금융지주사들의 권력투쟁이 매년 반복돼 왔던 탓도 있다.

가까이는 지난해 9월 황영기 전 KB금융그룹 회장이 사퇴한 이후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회장 자리에 오르려다 결국 사퇴하고 말았다.

잊혀질 만하면 반복되는 한국 금융지주사의 권력투쟁사는 이처럼 주인공만 바뀔 뿐 최고 경영자(CEO) 장기집권에 따른 내부권력 투쟁과 관치금융이라는 이야기 구도는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특히 최고 경영자가 이사회와 결탁해 견제 기능을 저하시키고 연임을 반복하면서 장기집권 체제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최고 경영자의 장기집권은 지주사의 상호견제 문화를 중심으로 한 리더십 조직문화가 아닌 오너십 조직문화로 변질돼 권력 투쟁이 끊임없게 됐다는 지적이 많다.

◇ 최고 경영자 '장기집권' 왜? = 국내 금융지주사중 최고 경영자가 장기집권하고 있는 곳은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이다. 은행중에서는 국민은행 강정원 전 행장과 하영구 씨티은행장, 전북은행 홍성주 전 행장이 연임을 반복해 왔다.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지주사로 전환하기 전의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에서 부터 최고 경영자의 지위를 이어왔다. 은행을 설립할 당시의 최고 경영자인 만큼 내부 사정에 밝고 외부 네트워크도 넓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최고 경영자가 계속 중심을 잡고 이끌어나가야 했다는 이유도 장기집권의 구실이 됐다.

하지만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 국내 4대 은행에 들어간 이후에도 최고 경영자들의 연임은 계속됐다. 지난해 연말 라응찬 회장은 신상훈 사장에게 회장직을 넘겨주고 용퇴하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금융권의 예상과 반대로 라응찬 회장은 4연임에 성공했다.

1982년 신한은행 창립 때부터 시작하면 20년 이상 최고 경영자를 유지해온 것이다.

김승유 회장도 2005년 지주사 출범한 후 연임을 했으며 임기가 종료되는 2011년에도 2연임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나금융이 내년 우리금융의 본격적인 매각 과정에서 인수 주체자의 역할을 한다면 최고 경영자를 교체하기에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김승유 회장도 은행장까지 포함해 14년간 하나금융을 이끌고 있으며 내년 연임에 성공할 경우 20년 가까이 최고 경영자의 자리를 유지하게 되는 셈이다.

라응찬 회장과 김승유 회장이 오랫동안 최고 경영자의 지위를 유지해온 탓에 금융지주사들은 후계자 육성에 등한시할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1인자의 권위를 넘어설 우려가 있는 2인자들을 퇴출시키는 권력투쟁 양상에 들어갔다.

전북은행의 홍성주 전 회장도 2004년 연임할 당시 직원들의 불만을 샀다. 당시 전북은행 노조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71% 이상이 리더십의 부재라는 이유로 연임을 반대한 바 있다. 취임 당시인 3년 전과 주가가 여전히 액면가를 회복하지 못하는 등 은행 전략과 실적이 부족했다는 이유에서였다.

◇ 상호견제 없는 조직문화 = 최고 경영자들이 장기집권에 들어가면서 금융지주사들은 상호견제를 통한 건전경영의 조직문화가 아닌 '오너십' 조직문화로 변질됐다.

최고 경영자의 오너십 조직문화는 내부 인맥구도를 특정 인물 중심으로 구성하게 되고 상호견제 기능이 저하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지주사 사장과 주요 계열사인 은행장 등 주요 요직에 있는 임원들이 최고 경영자의 권위를 견제하면 권력투쟁 구도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금융지주의 기능은 자회사의 연계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내부경쟁을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그룹의 장기적 발전을 도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최고 경영자와 견제 세력의 권력투쟁으로 반복됐다.

이번 신한금융 사태도 마찬가지이다. 신한금융은 2005년 최영휘 전 사장이 재일교포에 대한 라응찬 회장의 영향력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 최영휘 전 사장을 전격 경질했던 과거가 있다.

당시에도 최 전 사장의 문제제기가 '라응찬 회장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여겨졌고 금융가에서는 최 전 사장에 대해 '권력투쟁의 희생양'이라는 의견이 심심치 않았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뚜렷한 지배주주가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 1인자로 올라서고 장기집권하게 되면서 후계자를 키우지 않게 된 것이 큰 원인"이라며 "장기집권이 오너십을 중심으로 한 조직문화를 키우다 보니 권력투쟁이 발생할 때마다 조직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이사회와 결탁하는 경우도 많아 = 국내 금융지주사의 이사회들은 독립성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대부분 최고 경영진을 위한 거수역할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최고 경영자가 이사회 의장까지 겸임할 경우 이사회를 구성하는 이사들은 최고 경영진의 의견에 상당부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사외이사가 이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았기 때문에 독립성과 견제기능은 거의 상실됐다고 봐야 했다.

지난 4월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은행권이 '사외이사 모범규준'을 통해 이사회 의장과 최고 경영자를 분리하면서 이사회의 독립성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사회 의장이 최고 경영진과 결탁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이 조담 전 이사회 의장 및 사외이사들과 함께 손을 잡고 경영전반을 독자적으로 진행해 부실을 늘린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도 이사회 의장과 최고 경영자를 분리하면서 이사회를 운영했지만 최고 경영진과 재일교포 주주들과의 관계로 인해 독립성을 크게 발휘하지 못했다. 신한 사외이사 중 재일교포 주주를 대표하는 사외이사 4명이 있었지만 감시기능이 거의 전무한 상황이었다.

강종만 연구위원은 "이사회가 은행경영에 충분히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독립성말고도 전문성이 확보돼야 한다"며 "따라서 이사들이 은행경영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경영진의 전문성과 자질에 대한 적격성 기준도 엄격히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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