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은 제일 많지만 지출도 제일 많아 흑자율은 제일 낮은 세대….
40대의 자화상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0~49세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10만2000원으로 연령대 중 최고 수준이나 흑자율은 18.5%로 연령대 중 최저였다. 맞벌이 비율도 40대가 48.1%로 가장 높다.
40대에 소득이 최고라는 것은 곧 이때부터 벌이가 줄어들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40대는 부모와 자녀부양 부담으로 흑자율이 가장 낮은 세대로 저축할 여유가 가장 낮다.
소비지출규모는 40~49세가 월평균 소비지출은 252만8000원으로 가장 크고 높은 소비지출은 주로 자녀양육을 위한 교육비로 21%를 차지한다.
노후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택마련에 나서면서 빚을 내는 시기가 이때다. 2006년 통계청 가계부채 조사에서 40대의 부채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40대는 직장에서 은퇴압박을 받기 시작한다. 두 번의 경제위기는 이들을 벼랑으로 내몰았다.
두 번의 위기가 지나고 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아직 이들의 가계는 회복되지 않고 있다. 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주택담보대출은 안고 있는 가계는 집값이 떨어지면서 부실이 가중되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부담은 커지는데 자산가격은 떨어지고 있다.
게다가 사교육비는 여전히 가계에 부담이다.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가야 해결이 되지만 청년실업이 지속돼 해소가 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 40대의 현주소다.
40대가 되면서 소득이 꺾이는 것 뿐만이 아니라 건강도 꺾인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동료나 암으로 치료받는 친구 소식이 늘어난다.
2000년, 2008년 40~49세 남녀의 사망원인 1위는 모두 암이었다.
1988년 경제기획원 통계에서는 우리나라 40대의 사망률이 OECD 국가중 1위로 나타나기도 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40대가 부모와 자녀 부양 부담에 본인의 노후 준비는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은퇴 압박을 받는 위기의 세대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적으로 40대는 불안하기에 감정도 흔들린다.
직장에서 상사에 치이고 가정에서는 소외돼 있다. 경제적으로 압박을 받으면서 심리적으로도 위축돼 있다.
맞벌이 엄마는 자녀 양육 부담으로 사직을 고민하는 시기다.
40대가 되면서 가족관계도 만족도가 떨어진다.
통계청 2008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가족관계만족도는 40대 들어서 급격히 낮아지기 시작한다.
남편은 30대 이하에서 81.3%의 만족도를 보이다 40대에서는 72.3%로, 부인은 71.4%에서 59.1%로 뚝 떨어진다.
이혼 건수에서도 40대의 위기가 드러난다.
지난해 남자의 연령별 이혼건수는 40~44세가 2만4600건으로 가장 많고 다음은 45~49세로 2만3300건이었다.
자녀의 양육을 주로 엄마가 담당하면서 40대 남성은 특히 가정에서 소외를 느낀다. 자녀와의 소통에서부터 실패하고 있다.
과거 권위주의 아버지상은 희미해지고 있지만 그 뿐이다. 바람직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직장, 가정에서 위치가 불안해지면서 이들은 소통에 장애를 느끼고 정체성이 부실해면서 공허함을 느끼고 방황하게 된다.
하지만 40대는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고 이를 해결하는 데는 서투르다.
기껏 오랜만에 친구와 만나도 술을 마신다. 직장에서의 과음이 이어지면서 건강은 망가지기 시작한다. 성인병과 암 등 질환이 늘면서 의료비까지 증가한다.
40대의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아를 찾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자신을 돌아보고 참모습을 발견하면서 안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종민 인제대 신경정신과 교수는 “체면에 얽매이지 않고 부담을 솔직하게 감정으로 표현하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과 관련 없는 개인 취미를 갖고 너무 목표 지향 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하고 공감하면서 소통해야 불행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