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금융 위기의 재발 방지를 위해 마련된 금융규제개혁 법안에 21일(현지시간) 서명함으로써 대공황 이후 가장 획기적인 금융개혁법안이 발효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인근의 로널드 레이건 빌딩에서 조 바이든 부통령, 민주당의 상ㆍ하원 지도부,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금융계 주요인사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금융개혁법안에 서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서명에 앞선 연설에서 “이 개혁은 소비자에도 미 경제에도 희소식”이라며 “미국민은 월스트리트의 금융기관들이 범한 실수에 대해 비용을 부담하는 일이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위기 당시 AIG와 같은 대형 금융사들이 `대마불사(大馬不死)' 신화에 의존해 보호를 받았으나 앞으로는 대형 금융사의 파산이 시장에 미칠 충격이 크다는 이유로 보호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더 이상 납세자들의 돈으로 구제금융을 단행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시장에서는 발효된 금융개혁법이 대공황 직후인 1930년대 초 금융규제법 도입 이후 80년 만에 가장 획기적인 금융규제개혁을 단행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향후 미국내외 금융시장에 일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개혁법은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주도의 감독 체제 하에서 은행의 고리스크 투자를 제한하는 볼커룰을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경영 위기에 빠진 금융기관은 공적자금을 사용하지 않고 금융계 부담으로 처리하게 된다.
다만 조정 과정에서 난항을 겪어 구체적 대책의 대부분을 재고한 결과, 500개 이상의 새로운 규칙이나 지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작업에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견해가 강하다.
향후 시장의 관심은 법안의 지침 내용에 쏠릴 것이 확실한 가운데 새로운 법안 발효로 금융기관의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 확실, 금융권의 재편을 유발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명식에는 정부로부터 대규모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씨티그룹의 비크람 팬디트 최고경영자(CEO)와 지역은행연합회의 캠 파인 회장 등 금융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CEO와 JP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 모건스탠리의 제임스 고먼 CEO 등은 초청을 받지 못했으며,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브라이언 모이니헌 CEO는 초청은 받았으나 불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