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완시대' 한국 기업들 비상

입력 2010-06-29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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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과 경합 품목 생산업체들 경쟁력 약화 전망…현지 생산법인 운영으로 타격 상쇄

중국과 대만이 29일 상호 무관세 혜택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에 서명함에 다라 한국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ECFA는 사실상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이를 통해 중국과 대만은 장기적으로 단일 경제공동체로 통합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동아시아에서 거대한 시장 '차이완'의 출범은 한국으로선 환영보다는 걱정과 우려의 대상이자 새로운 도전으로 부각되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ECFA 발효로 539개 대만산 품목이 중국에서 무관세 혜택을 받게 될 경우 반도체와 LCD 등의 분야에서 대만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은 최대 수출시장으로 부상한 중국 시장에서 상당 부분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에 대한 투자 및 교역 특성상 대만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이 대중(對中) 투자 및 수출에서 타격을 받게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배승빈 연구원은 "ECFA가 발효되면 조기자유화대상 품목인 기계, 석유화학, 방직, 전자, 자동차 등 5대 산업품목에서 대만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한국기업의 가격경쟁력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단적인 예로 현재 중국은 한국과 대만의 플라스틱류 제품에 6~12%, 유기화합물은 6.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ECFA가 발표되면 한국산에 대한 관세는 유지되지만 대만산은 관세를 면제받게 돼 그만큼 가격경쟁력을 갖게 된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한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이미 중국 현지에 생산법인을 운영하면서 관세차에 따른 불리함을 상당 부분 상쇄하고 있어 이번 ECFA 체결로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주력 제품인 반도체와 LCD(액정표시장치) 분야에서 대만과 경쟁하고 있는 만큼 중국과 대만간의 ECFA 진전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이미 대부분의 부문에서 중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갖고 있어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쑤저우(蘇州)에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LSI 생산법인을 두고 있는 것을 비롯해 쑤저우와 톈진(天津), 웨이하이(威海) 등에 10개 이상의 중국 현지 생산법인을 운영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부분의 제품을 중국 현지에서 생산·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중-대만간 ECFA 체결에 따른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체인 하이닉스는 협정의 진행 추이를 좀더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도체의 경우 수출입 과정에서 무관세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ECFA 내용 중 관세에 관한 부분은 사업에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하이닉스는 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반도체에 관세가 아닌 부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번 협정을 통해 대만산 반도체 제품에 부가세까지 면제할지 등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하이닉스 관계자는 설명했다.

중국 시장에서 완성품을 판매하고 있는 LG전자도 중국과 대만의 ECFA 체결이 현지 판매에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LG전자 관계자는 "부품들도 대부분 현지에서 조달하고 있는 만큼 이번 협정 체결이 완성품의 경쟁력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기아자동차 역시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량이 전량 내수 판매되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는 베이징에 각각 연 30만대를 생산하는 제1·2공장이 있으며, 기아차는 옌청 1공장에서 13만대, 2공장에서 30만대를 각각 생산하고 있다.

한편 대만과 중국시장에서 경합도가 높은 석유화학 업계는 단시일 내에 직접적인 타격은 없겠지만 장기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LG화학 관계자는 "석유화학산업은 한국과 대만이 비슷한 제품구조를 갖고 경쟁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이번 ECFA 체결로 향후 한국제품의 대중국 수출경쟁력은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한국의 수출 주력인 ABS, PVC, PE 등 석유화학 주요제품의 경우 이번 협정 대상 품목에는 빠졌기 때문에 당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효성은 스펀덱스, 타이어코드, 중전기 등 주력 핵심사업부문들의 경우 중국 현지에 사업장을 구축해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이번 협정에 영향이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조선업계에 미치는 영향 역시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에 조선업체가 거의 없는데다 선박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이미 무관세이기 때문에 두 국가가 ECFA를 체결했다고 해서 큰 이점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조선업계의 설명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대만의 ECFA 체결이 우리나라 조선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사실상 없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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