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홈플러스의 '말장난'

입력 2010-06-11 15:51 수정 2010-06-1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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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결했습니다.” “아닙니다.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습니다.”홈플러스와 이랜드리테일이 킴스클럽마트 M&A를 두고 전혀 다른 주장을 해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매각주체인 이랜드리테일은 홈플러스에 킴스클럽마트를 3000억원에 매각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10일 체결했다고 밝혔다. 실사과정을 잘 마무리해서 본계약을 체결했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함께 전했다.

하지만 인수주체인 홈플러스측은 이 내용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홈플러스측의 답변은 이렇다. "MOU를 체결하지도 않았고 임박한 것도 아니다. 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중인 것은 사실이다."

"사귀는 것은 아니지만 굉장히 친한 것은 사실"이라는 연예인들의 스캔들 해명을 보는 듯 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가격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통상 벌이는 기싸움의 일부"라고 분석한다. M&A 진행과정에서 기업들이 흔히 쓰는 연막전술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건은 좀 다르다. '사실'확인 과정에서 한쪽은 '맞다'고 하고 한쪽은 '틀리다'고 하기 때문이다. 잘못하다간 서로 감정싸움이 격해져 협상이 파기될 수도 있는 일이다.

더욱이 이번 M&A 양해각서 내용은 투자자들과 소비자들에게도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다. 양해각서 내용이 현실화 되면 점포수를 늘려 세확산을 노리던 홈플러스가 점포수 면에서 업계 1위로 올라선다.

MOU는 정식계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쌍방의 의견을 미리 조율하고 확인하는 상징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협약으로 구속력은 없다.

MOU를 체결한 뒤 실사 과정에서 인수협상이 엎어질 수도 있다. 인수하는 입장에서 산다고 했다가 비싸서 안산다고 하면 모양이 우스워지기 때문에 의견을 밝히는 것을 조심스러워 할 수 있다. 하지만 M&A 정보는 소비자와 투자자들에겐 중요한 정보다. 정확히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

유리한 가격협상을 위해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이 회사 경영방침이라고 하면 할말은 없다. 하지만 평소 사회공헌활동 등의 회사 이미지 제고에 유리한 내용은 의욕적으로 홍보하던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어서 당황스러웠다.

유리한 가격협상을 위해 “사실이지만, 사실은 아니다”라는 식의 말장난으로 투자자들과 소비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기업이 소비자와 투자자의 눈엔 어떻게 비춰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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