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세계가 주목하는 선수 ④ 기성용

입력 2010-05-3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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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유럽으로 떠났던 기성용이 셀틱의 벤치에도 확실히 앉지 못하는 신세가 돼 돌아오는 데는 5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기성용은 누구 앞에서도 움츠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었다. 자신의 경기 감각을 우려할수록 더 이 악물고 개인 훈련에 임한 기성용은 월드컵을 통해 반전을 노린다. 세계가 집중하고 있는 월드컵이라는 무대에서 기성용의 가치를 재입증시켜 줄 무기는 축구 선수인 그의 정체성이나 다름 없는 프리킥이다.

▲사진=뉴시스
지난 2년 사이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한 기성용의 트레이드 마크는 터질듯한 프리킥이다. 오른발, 왼발을 가리지 않고 감아 차는 프리킥은 파워와 각도 모두 정상급으로 통한다. 기성용은 어린 시절 자신이 자란 아파트의 벽을 보고 수도 없이 킥을 찼다. 주민들로부터 항의가 들어올 정도였다. 그 덕분에‘꼬마’기성용은 벽에 정해진 지점에 공을 맞추는 내기에서 동네 형들을 상대로 연전연승을 거뒀다.

결국 프리킥으로 빚어진 운명은 기성용을 축구 선수로 이끌었다. 당시 광주 금호고의 감독이던 아버지 기영옥(광주축구협회장) 씨는 초등학교 3학년에 불과하던 아들을 광양중학교 1학년생들 간의 자체 연습 경기에 재미 삼아 투입했다. 기성용은 그 경기에서 나온 프리킥을 거짓말처럼 골로 성공시켰다. 기영옥 씨가 하나뿐인 아들 성용을 축구 선수로 키우겠다고 다짐한 계기였다.

호주에서 보낸 5년의 유학 생활 동안 기성용은 천연 잔디 뒤에서 마음껏 킥 연습을 했고 이전의 한국 축구에서 볼 수 없었던 파워풀한 슈팅을 갖추게 됐다. 대표팀에서도 2009년 초 동계훈련을 통해 확실한 전담 키커로 올라섰고 A매치에서 수 차례 강력한 킥을 불 뿜었다. FC서울을 떠나 셀틱으로 이적해서도 매서운 프리킥 실력을 뽐내며 유럽에서도 통한다는 걸 증명해 보였다.

허정무 감독은 지난 13일 공식 훈련이 끝난 뒤 기성용에게 따로 프리킥 훈련을 지시했다. 기성용의 프리킥을 활용한 세트 플레이가 대표팀의 가장 무서운 무기 중 하나임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아파트 벽면을 보고 때리던 소년의 슛은 이제 21살 패기 넘치는 청년의 슛이 되어 월드컵이라는 최고의 무대를 노리고 있다.

월드컵을 대비하는 기성용의 마음가짐은 남다르다. 이제는 당당한 유럽파가 됐지만 기성용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참가한 두 번의 세계 대회에서 늘 쓴 맛을 봤다. U-17 대표팀 시절에는 아예 세계 대회 출전에 실패했고 2007년 U-20 월드컵에서는 좋은 경기 내용을 펼치고도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도 19세의 나이로 참가했지만 세계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국가대표로서 세계를 향한 세 번째 도전만큼은 좌절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는 게 파주 NFC 입소 전 기성용이 밝힌 다짐이다.

기성용은 지난 10일 대표팀에 소집된 당일 가진 인터뷰에서 “이젠 유럽이 두렵지 않다. 정신적, 체력적으로 잘 준비한다면 가진 것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라며 세계를 상대로 한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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