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계열사 펀드 몰아주기 '심각'

입력 2009-10-22 10:26 수정 2009-10-22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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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ㆍ신한銀 등 80% 넘어..정작 수익률은 '꽝'

은행계 대형 금융지주사들의 계열 자산운용사에 펀드 물량 몰아주기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그동안 끊이지 않았던 가운데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재차 사실로 드러나면서 향후 계열사 부당 지원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중 은행들의 이 같은 펀드 몰아주기에도 불구하고 수익률은 신통치 않은 것으로 조사돼 일반 펀드 가입자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신학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은행계 자산운용사에 대해 은행들의 펀드 물량 몰아주기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2009년 6월 말 기준으로 각 금융사별 공모펀드 상품 종류별 신규 판매 계좌수와 판매 잔액을 살펴보면, 비은행계 자산운용사의 계열사 펀드 상품 판매 비중은 판매잔액 31.0%, 계좌수 31.0%로 나타났다.

반면에 은행계 자산운용사의 경우 계열사 상품 판매 비중은 판매잔액 79.0%, 계좌수 90.3%로 비은행계 자산운용사에 비해 계열사 상품 판매 비중이 판매잔액은 2.5배가, 계좌수는 무려 2.9배나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사의 적립식 펀드 신규 판매건 중 계열사 펀드 비중도 비은행계 자산운용사의 경우 계열사 상품 판매 규모가 판매잔액 27.0%, 계좌수 23.0%를 나타냈으나, 은행계 자산운용사의 경우 계열사 상품 판매 규모가 판매잔액 91.9%, 계좌수 88.0%로 판매 잔액은 약 3.4배, 계좌수는 약 3.8배나 더 많았다.

특히, 하나금융지주 계열인 하나은행과 하나대투증권에서 판매된 하나UBS자산운용의 적립식펀드 비중은 무려 판매 잔액이 98.3%, 계좌 수는 97.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모펀드의 경우도 각각 83.5%, 98.2%를 기록했다.

국민은행과 KB투자증권에서 판매된 KB자산운용의 적립식펀드는 판매잔액이 93.36%, 계좌수가 89.98%에 달했으며 농협(NH자산운용)은 92.48%와 94.86%, 기업은행(기은SG자산운용)은 92.16%와 77.76%였다.

이러한 수치는 은행들의 계열사 펀드 판매가 도를 넘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적립식 펀드 가입자들의 의지와 관계없이, 오로지 자신들의 계열사 이익에만 몰두했다는 것을 뜻한다.

한편, 은행들이 계열 운용사에 몰아준 펀드들의 수익률은 시장 평균 수익률을 크게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의 경우 상위 10개 상품들의 09년 평균 수익률은 22.8%이나 하나UBS 인Best연금 증권투자신탁(S-1호)(주식혼합)의 경우 수익률이 14.9%로 평균 수익률 대비 약 8%나 떨어졌다.

우리은행도 우리마이베어마켓증권상품투자신탁제 1호 e(주식 - 파생형)의 경우 2009년 수익률이 -30.1%로 평균 수익률 35.0%에 한참이나 뒤쳐진 모습이다. 다른 은행들의 상황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편, 시중은행 가운데 계열 자산운용사가 없는 외환, 씨티, SC제일은행의 경우 펀드판매 상위 10개 중 여러 자산운용사의 펀드가 고르게 분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펀드 몰아주기에 나선 은행들과 대조를 이뤘다.

신학용 의원은 이와 관련, "은행들이 소비자에게 다른 펀드들에 비해 수익이나, 상품성이 좋은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계열사 이익을 위해 펀드판매 물량을 몰아주고 있다"고 지적, "이는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이자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부당지원 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도 신 의원의 지적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은행권이 현재 국내 주식형 펀드 판매의 중심축으로 자리잡는 이면에는 자회사 펀드 판매 편중이라는 부작용이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산운용협회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자회사 펀드 판매에만 치중하면서 상이한 운용철학과 운용프로세스를 갖춘 운용사의 펀드를 고객들에게 제공하지 않아 고객의 펀드투자선택권이 제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진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은행들의 이 같은 주력 판매 펀드의 수익률이 부진할 경우 그 피해가 고객들에게 전가된다는 것"이라며 "은행권이 자사 이기주의에 매몰돼 자회사 펀드 판매에만 주력할 게 아니라 펀드 판매의 중심 채널로써 펀드 판매에도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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