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채, 시중은행은 '갚고' 저축은행은 '찍고'

입력 2009-10-2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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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자금 숨통 트였다"..저축은행 "고객 이탈 막아라"

그동안 시중 금융기관이 자본확충을 위해 발행했던 고금리 채권을 두고 최근 은행과 저축은행간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금융위기 당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개선을 높이고자 고금리 신종채권을 앞다퉈 발행했던 은행들은 최근 자금시장 개선 분위기를 등에 업고 줄줄이 상환하고 있는 반면 저축은행들은 고객이탈 방지 차원의 후순위채 발행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 유동성이 은행권 저축성 수신예금으로 집중되는 양상을 보이며 시중 은행들의 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인 것으로 확인, 고금리 채권 상환이 줄을 잇는 모습이다.

외환은행은 지난 2003년 5월 30년 만기로 발행했던 하이브리드 채권 2500억 원에 대해 다음달 28일에 콜옵션(조기 상환권)을 행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 역시 오는 28일과 내달 4일 잇따라 2255억 원 상당의 신종자본증권(연 금리 5.7%)과 4억 달러 규모의 후순위채 콜옵션을 행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업은행도 마찬가지로 2010년 1월 만기 예정인 1억70000만 달러 규모의 후순위채를 조기에 상환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시중 은행들이 잇따라 지난해 자본확충 목적으로 앞다퉈 발행했던 고금리 채권을 조기에 상환하고자 팔을 걷어부친 이유는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등 자본 적정성이 올들어 꾸준히 개선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조기 상환권 행사를 하지 않는 금융기관의 경우 국제 자본시장에서 은행의 대외 신뢰도와 평판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2월 외화 후순위채권 콜옵션 미행사로 4억 달러를 내놓지 않았다. 덕분에 위기 국면에서 4억 달러는 지켜냈으나 국내 은행은 물론 국내 외환보유액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를 떨어뜨린 바 있다.

시중 한 금융권 인사는 "은행별 자금조달 계획과 만기상환 전략은 해당 은행의 자금 사정과 중장기 자금시장 전망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지만 당시 우리은행의 경우 자금 전략 수립에 있어 명분 대신 실리를 택했다 되려 화를 부른 경험이 있다"며 "시중 은행들이 우리은행의 이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는 것 같다"고 판단했다.

그는 "최근의 은행권 고금리채 상환 움직임은 지난해 금융위기 직후 자금시장 경색으로 은행들이 고금리 채권을 찍어내던 것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라며 "시중 유동성이 은행권 예금 등 안전자산으로 몰리는 현상과 맞물려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저축은행의 경우 시중 은행들의 이 같은 고금리 채권 조기상환 움직임과 달리 여전히 고금리 후순위 채권 발행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달 솔로몬저축은행은 연 8.5% 후순위채를 300억 원 한도로 발행했다. 솔로몬저축은행그룹 전체로는 600억원 한도였는데 총 1122억 원의 시중 자금이 몰리며 솔로몬은 당시 흥행 대박을 터트렸다.

앞서 지난달 초에도 경기저축은행이 연 8.5% 후순위채 200억 원어치를 판매했다. 만기가 5년 3개월이고 이자도 3개월에 한번 지급하는 조건이었지만 청약 경쟁률은 역시 2대1을 넘었다.

이처럼 일부 저축은행의 후순위채 청약 열풍에 고무된 나머지 저축은행들이 10월 들어 후순위채 발행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제일저축은행과 진흥저축은행이 현재 연 8.5%의 이자를 주는 만기 5년 3개월짜리 후순위채 청약 접수를 진행하고 있으며 토마토저축은행도 내달 2일부터 4일까지 연 8.4% 금리로 후순위채 300억원을 공모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시중 은행이 고금리 채권 조기 상환을 통해 높은 이자 부담을 낮추고 경영 건전성에 대한 해외 기관 투자가의 신뢰도를 회복하려는 것과 달리 저축은행은 자본확충 목적과 더불어 기존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참고로 지난해 이맘때쯤 저축은행 예금 금리는 연 7~8%를 넘나들며 은행권과 수신 경쟁을 벌인 바 있다.

저축은행들은 당시 고금리로 시중 자금을 끌어모았고 이들 자금이 올들어 만기가 점차 도래하고 있어 고객예금의 만기 도래로 인한 이탈 방지 차원의 후순위채 발행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기준금리가 낮아진 현 상황에서 예금 금리는 작년 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며 저축은행 역시 장기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후순위채 발행에 목을 멜 수 밖에 없다는 것.

저축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고금리 정기예금으로 고객들의 발을 묶어뒀던 저축은행들이 올들어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자본조달에 나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후순위채 투자가 현 저금리 기조하에서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면서 "후순위채가 알다시피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고 만기가 길다는 단점에도 불구 고금리라는 장점이 고객들에게 크게 어필하는 것도 저축은행 후순위채 발행 열풍에 한 몫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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