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회장 '직무정지 상당' 중징계 결정

입력 2009-09-04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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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 투자손실에 끝내 발목..KB지주 연임 힘들 듯

금융감독원이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에 대해 파생상품 투자손실의 책임을 물어 직무정지에 해당하는 강도 높은 징계 조치를 내렸다.

금융지주 회장이나 시중은행장과 같은 사실상 은행권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중징계는 이번이 처음으로, 황 회장에 대한 최종 징계안은 앞으로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이렇게 되면 황 회장은 KB지주 회장직은 유지할 수 있지만 연임은 어렵게 된다. 하지만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황 회장이 CEO로서 평판이 훼손되는 만큼 현직에서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어 황 회장의 거취가 주목된다.

4일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3일) 오후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황 회장이 우리은행장으로 재직할 때 파생상품에 무리하게 투자해 손실을 봤다며 '직무정지 상당'의 제재를 결정했다.

금감원은 무엇보다 황 회장이 지난 2005~2007년 우리은행 재직 당시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파생상품에 15억8000만 달러를 투자할 때 위험관리 규정을 지키는 않는 등 관련 법규를 어겼다는 데 주목했다.

이 탓에 우리은행은 투자액의 90%에 해당하는 1조6200억원의 손실을 봤다는 것. 황 회장 재임 때 이뤄진 투자로 발생한 손실만 1조1800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금감원내 한 고위 관계자는 "황 회장에 대한 징계 결정은 금융기관장이 해당 금융회사의 건전한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했을 때 제재할 수 있다는 은행법 54조에 근거, 내려진 결정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이에 "황 회장이 CDO와 CDS 투자를 직접 지시했다"며 "최고경영자의 투자결정 실패가 얼마나 참담한 결과를 불러오는지 확인시켜 준 사례"라고 전했다.

황 회장에 대한 징계는 금융계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에게 그동안 만연됐던 '떠나면 그만’이라는 책임 경영 부재 현상에 경종을 울린 셈이다.

이 같은 이유로 황 회장의 대리인(변호사)이 줄기차게 주장했던 "금융위기로 발생한 투자 손실은 제재 대상이 될 수 없고 투자 과정도 적법했다"는 반론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금감원 관계자는 "황 회장측 소명 내용은 이미 충분히 예상했던 내용으로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었다"면서 "중징계 조치안이 금융위에서 확정되면 결국 황 회장이 물러나야하지 않겠냐"며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9일이나 23일 정례회의에서 황 회장에 대한 징계를 심의할 예정으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금감원의 결정대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직무정지 상당' 징계는 과거 우리은행장 재임 시절 투자 행위에 대한 제재여서 현행법상 황 회장이 KB지주 회장직을 유지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징계 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4년간 금융회사 임원 선임이 제한되기 때문에 황 회장이 2011년 9월에 3년 임기가 끝나면 연임이나 다른 금융회사 취임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황 회장 측은 과거 우리은행장 퇴임 일을 징계 시효의 시점으로 삼아야 하고 이에 따라 연임은 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어 황 회장이 재심을 청구하거나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제재는 이달 중에 우리금융과 황 회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하기 위해 열리는 예금보험공사의 예금보험위원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예보 역시 금감원과 마찬가지로 파생상품 투자 손실을 초래한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예보 징계는 금감원과 비슷한 주의, 경고, 직무정지, 해임 등의 체계다.

예보에서도 직무정지 이상의 징계를 받으면 향후 5년간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의 임원으로 선임될 수 없다.

한편, 금감원은 이날 오전 7시 제재심의위를 재차 속개하고 우리은행에는 '기관경고'를, 황 회장에 이어 우리은행장을 맡았던 박해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이종휘 현 우리은행장에게는 '주의적 경고(투자자산 사후관리 미흡)'를 조치하는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또 정용근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의 재임 시절 파생상품 투자에 따른 손실,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의 신한은행장 재임 때 강원지역 지점에서 발생한 225억원의 횡령사건에 대한 징계 수위도 이날 심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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