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전쟁 당사국의 군 통수권자로서의 절박함이 서려 있었습니다. 다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요국의 지원 규모를 놓고 비교하듯 말하는 그의 발언을 보면서 씁쓸한 기분을 지우지는 못했습니다.
지난달에는 우크라이나에서 국제방위산업포럼이 열렸습니다. 포럼을 통해 한국 정부를 자극하고, 이를 계기로 무기 지원을 받으려는 우크라이나의 속셈이 담겨있는 행사였습니다.
규모가 꽤 있던 국제행사였는데 한국 기업은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기업은 이념보다 철저하게 이익을 보고 움직입니다. 참가해서 얻는 이익보다, 참가하지 않았을 때 얻는 이익이 더 크다는 판단이 있었을 겁니다.
문제는 이를 걸고넘어졌던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의 태도였습니다. 그는 “한국 기업은 왜 초청을 받고도 포럼에 참석하지 않느냐”며 노골적으로 따져 물었습니다. 이쯤 되면 되묻고 싶습니다. “부르면 우리는 무조건 가야 하나요?”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의 국민감정이 개전 초기와 사뭇 달라졌습니다. 절정은 9월에 있었던, 세르기 코르슨스키 주일 우크라이나 대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였지요. 그는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를 찾아가 공손하게 머리를 숙였습니다.
충격이었습니다. 주일 외교가에서는 야스쿠니 신사는 ‘오불관언’ 즉 ‘관여할 수도, 관여해서도 안 되는 영역’으로 여깁니다. 일본 정치인조차 주변국의 국민감정을 고려해 섣불리 범접하지 못하는 곳이지요.
그곳에 우크라이나 대사가 찾아가 머리를 숙였다는 소식에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의 2차대전 피해국이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우리의 공분도 컸습니다. 바로 옆 나라 한국에 “당신들이 포탄을 보내야 한다”라면서도 우리의 국민감정은 철저하게 무시한 행동이었지요. 이쯤 되면 대한민국 국민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작년 7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 소속 1급 서기관이 서울 이태원에서 만취 폭행으로 소동을 일으켰습니다. 만취 외교관은 술집 앞에서 대기 중이던 손님을 폭행했고, 이를 말리던 업소 직원을 때렸습니다. 그뿐인가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용산경찰서 소속 경찰관까지 폭행했습니다.
당연히 문제의 외교관은 체포가 됐습니다. 그러나 곧바로 외교관 면책특권을 내밀었습니다. 그러더니 1시간이 채 안 돼 풀려났습니다. 가해자인 서기관은 여론을 의식해 곧바로 귀국했습니다.
당시 대사관이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피해를 본 우리 국민에게 어떤 형태로 사과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피해를 배상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그때는 우리 정부가 미국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155mm 포탄 50만 발의 간접제공 여부를 검토하던 때였습니다.
이쯤 되면 우크라이나라는 국가를 이성적으로 바라보기 어려워집니다. 개전 초기, 약소국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강대국 러시아의 침공은 국제적 공분을 불러왔습니다. 다만 시간이 지속할수록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명분을 찾기 어려운 시점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때 북한이 남침 때 몰고 온 탱크(T-34)는 우크라이나에서 만든 소련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