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내수영향 미치기까지 9~12개월 걸려"
정부 역시 '경기 하방 위험성 커지고 있다'고 판단
정부의 경기 낙관론에 제동이 걸렸다. 앞서 정부는 올해 경기 흐름을 두고 '상저하고'를 예상했지만, 생산과 소비, 고용 등 경제지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모습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외적 불확실성까지 커지면서 경기가 하반기로 갈수록 꺾이는 '상저하저' 가능성도 대두된다.
4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전(全)산업 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8월 113.9에서 9월 113.6으로 감소했다. 재화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8월 102.2에서 9월 101.8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현재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3에서 98.2로 전월 대비 0.1포인트(p) 떨어졌다.
믿었던 수출도 점차 증가 폭이 둔화하는 모습이다. 수출은 지난해 10월 마이너스 고리를 끊고 플러스로 전환한 이후 지난달까지 1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8월(11.0%) 수출액 증가 폭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이후 9월(7.5%)과 10월(4.6%) 연속 둔화하는 모양새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등 지금까지 수출 증가세를 견인하던 주요 품목에서 둔화 조짐을 보인다.
소비 관련 지표도 여전히 부진한 흐름이다. 올해 3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100.7(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분기(103.9)보다 감소했다. 2022년 2분기부터 꺾이기 시작해 10분기째 줄었다. 1995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긴 기간 감소 흐름이다.
이에 따라 내수 회복 없이는 경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한국은행이 38개월 만에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단행하면서 내수 회복 기대감이 커졌지만, 당장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가 내수에 미치는 효과는 있지만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 금리 인하 정책을 쓴지 약 9~12개월 이후에 내수가 살아나지만 이 역시 금리를 꾸준히 내린다는 전제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대선, 중동 사태 등 대외 불확실성이 미처 회복하지 못한 소비를 더 억누르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당선되면 보호무역주의 강화, 중국과의 갈등 격화 등이 우려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발표한 '미국 통상정책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한국 수출액이 최대 61조7000억 원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정부 역시 지금까지 펼쳤던 낙관론을 접고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귀범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미국 대선, 중동사태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며 "내부적으로도 성장률 전망을 다시 하고 있는데 확실히 말씀드릴 순 없지만 (애초 전망) 숫자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애초 정부가 내놓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2.6%)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한은 역시 올해 성장률 전망치(2.4%) 하향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올해 성장률이 2.4%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2.2~2.3% 정도로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