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말까지 밸류업 공시에 참여한 기업은 63곳으로, 이 중 기업가치 제고 계획 본 공시를 올린 기업 32곳이고, 31곳은 밸류업 방안을 수립해 나중에 공시하겠다는 ‘예고 공시’를 올렸다. 키움증권을 시작으로 금융업종에 그쳤던 밸류업 공시는 하반기들어 보폭을 넓히며 LG전자, SK, 현대글로비스, 유한양행, 강원랜드, 롯데쇼핑 등 제조업과 유통업, 물류업, 공기업 등으로 확산했다. 밸류업 예고 공시기업까지 합하면 4분기에도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는 기업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향후 과제는 연속성이다. 올해는 정부 기조에 발맞추고, 금융당국의 당부 속에 상장기업들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지만, 밸류업 공시가 일회성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변화나 실적이 악화해 생존에 직면할 경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후순위 과제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위기론이 불거진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여전히 밸류업 공시에 소극적이다. 국내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환원하겠다고 한 약속도 지키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실적개선이 훨씬 시급한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밸류업의 연속성을 위해선 ‘기업의 본업 개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10월 말 기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의 영업이익 합계는 약 24조8000억 원에 이른다. 이는 9월 말 기준 컨센서스(27조1000억 원) 대비 8.7% 어닝쇼크인 셈이다. 3분기 실적 발표 기업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1%, 6% 밑돌았다는 분석도 있다. 이리저리 계산해도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은 시장전망치를 밑돈 것으로 추정된다. 4분기와 내년 실적 전망치도 하향조정되고 있다. 하나증권은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시장 영향력에 대해 “결국 돌고 돌아 ‘실적(순이익)’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밸류업의 연속성을 위해선 기업의 양호한 실적이 필수다. 아울러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의 일관된 정책 지원도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