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의 눈] ‘전쟁위협 대비’ 국민각성 절실해

입력 2024-11-0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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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 전문위원ㆍ언론학 박사

북한군 파병·핵 도발 군사긴장 고조
휴전 중인 나라 전쟁인식 너무 낮아
평화 지키려면 ‘유비무환’ 잊지말길

국제뉴스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은 최근 며칠 동안 밤에 잠을 편히 못 자고 있을 것이다. 한반도를 휘감고 있는 전운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올해로 3주년을 넘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대규모 병력을 파병한 증거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시민은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우리와 대치 중인 북한이 ‘우·러’ 전쟁에 참전한다는 것은, 곧 우리 역시 이 전쟁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지난달 31일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해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잠시 꺼진 줄 알았던 한국 전쟁의 불씨에서 연기가 다시 피어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국내 언론이나 시민들의 반응은 놀라울 정도로 잠잠하다. 북한의 지속적인 무력시위에 너무 익숙해져서일까. 지금 군사적 긴장은 여느 때와 성질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전혀 두려움이나 긴장을 느끼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많은 외국의 언론인들, 심지어 한국에 관광 온 여행객들조차 이 점에 대해 의아해한다. 한국인들이 북한의 갖가지 군사 위협에도 태연한 것은 강인해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국제 정세를 읽을 수 있는 관심도 자세도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자는 미국, 영국, 일본에서 체류한 경험이 있다. 유년 시절 미국, 일본에서 학교를 다니며 느꼈던 점은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자기 국가의 역사만큼이나 세계 역사를 배우는 데도 열의가 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세계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기 때문에 성인이 되고 나서도 국제뉴스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이어간다. 반면 한국은 어떠한가. 한국은 세계사보다는 국사와 한국 근현대사에 훨씬 비중을 많이 둔다. 게다가 분명 휴전 중인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전쟁에 대한 교육은 현충일 기념으로 본 영상자료가 거의 전부였다. 이런 차이는 각 국가의 국제뉴스 열독률로 드러난다. 한국의 국제뉴스 열독률이 매우 낮다는 사실은 언론인들 사이에 익숙히 알려져 있다.

필자가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교육 문제를 거론한 이유는, 국가라는 존재가 존속하는 한 전쟁 위협은 그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의 군사적 긴장이 해소된다고 전쟁 위협이 없어질까? 아니면 지금 한국전쟁이 다시 개시되어 한반도가 통일된 뒤에는 전쟁이 또 일어나지 않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현재 진행 중인 전쟁들이 세계적인 대전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있으며, 중국의 대만 침공 등 새로운 전쟁의 도화선이 쉴 새 없이 발발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과 같이 방심하고 있는 틈을 타서 전쟁은 바로 눈앞에 다가올 것이다. 전쟁은 단순히 군사 전문가들이 사전에 모든 걸 인지하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나라의 안팎을 잘 살피고 위협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국가 지도자를 직접 뽑아야 하는 민주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국민들이 국제 정세 흐름에 관심을 기울이고, 전쟁에 대한 이해를 더 잘할수록 이런 역할에 알맞은 국가 지도자를 뽑을 수 있다.

북한의 군사 위협과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면 아직도 정파적 논의로 치부되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세대 간 갈등, 계층 갈등, 성별 갈등 등 국내 현안에 대한 수많은 갈등이 첨예하지만, 이런 갈등 또한 민주 사회이기에 가능한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가 일군 민주 사회가 전쟁으로 위협받게 된다면, 이렇게 마음 놓고 싸우는 것 또한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평화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이 고조된 지금이야말로, 국민적인 각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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