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대선이 '회색 코뿔소' 될지 말지는 우리 하기 나름

입력 2024-11-03 20:30 수정 2024-11-04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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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선거가 5일(현지시간) 치러진다. 마지막 휴일인 3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승부를 가를 경합주에서 지지를 호소했다.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 등을 돌았다. 해리스는 러스트벨트(쇠락한 오대호 연안 공업지대) 격전지인 미시간에서 유세를 벌였다.

영국 ‘더 타임스’는 지난 주말 “해리스 승리”를 예상했다. 여론조사기관 유거브와 함께 지난달 25~31일 미 7개 경합주의 등록 유권자 6600명을 조사한 결과 4개 주에서 해리스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마지막 집계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타임스 예측이나 혹은 정반대 보도는 현재로선 소수의견이다. 전체적으론 ‘예측 불허’ 견해가 많다. 각종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미 전국 판도는 물론 승부의 열쇠를 쥔 7개 경합주 지지율도 1∼2%포인트(p) 격차에 그친다.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대선은 미국만의 이벤트가 아니다. 지구촌 운명이 좌우된다. 북한군이 개입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강 대 강으로 치닫는 이스라엘과 이란 대치 국면으로 지구촌은 이미 크게 출렁거리고 있다. 누가 당선되든 국제 정세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지정학 리스크만 살필 계제도 아니다. 경제 불확실성도 크다.

국제 사회가 다 마찬가지지만 우리에게도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 유비무환의 자세와 유연한 대응이다. 모레 결과에 따라 동맹 관계에서부터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해리스는 국내 언론에 보낸 특별기고에서 양국 동맹을 전 세계의 안보와 번영의 핵심축이라고 했다. 방위비 분담금도 “한국은 이미 상당한 규모를 내고 있다”고 했다. 반면 트럼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유대감을 과시한다. 한국을 ‘머니머신’이라며 최근 한미 양국이 합의한 분담금보다 9배 이상 많은 100억 달러(13조 원)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누구 당선이 우리에게 유리하고 불리할지 예단해 과잉 반응하는 것은 금물이다. 새옹지마의 교훈을 되새기는 편이 차라리 낫다.

‘미국 우선주의’ 경제 정책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는 중국산에 60% 관세를 부과하고,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물리겠다고 벼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트럼프 관세 정책이 현실화하면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최대 448억 달러(61조7000억 원) 감소한다. 해리스도 특정 산업에 대한 표적 관세 카드를 꺼낼 공산이 크다. 편한 길은 없다고 봐야 한다.

세계정책연구소(WPI)의 대표 미셸 부커는 2013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회색 코뿔소’라는 명제를 제시했다. 육상동물 중 코끼리 다음으로 몸집이 큰 코뿔소는 대개 온순하지만 일단 돌진을 시작하면 시속 50㎞까지 내달릴 수 있다. 부커의 회색 코뿔소는 위험 발생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간과해 큰 위험에 처하게 되는 상황을 일컫는다. 미 대선만 한 코뿔소가 따로 없다. 이 코뿔소가 진짜 위험한 회색 코뿔소가 될지 말지는 결국 우리가 어찌 대처하는지에 달려 있다. 안전띠를 꽉 조이고, 눈은 크게 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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