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FOMC 쏠린 한국 증시…변동성 확대 '죽음의 한주' 되나

입력 2024-11-03 07:54 수정 2024-11-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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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시나리오별 금융시장 영향 (미래에셋증권)
▲미국 대선 시나리오별 금융시장 영향 (미래에셋증권)
커다란 ‘회색 코뿔소’(예상 가능한 위험) 두 마리가 한국증시를 향해 걸어오고 있다. 이번주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주식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경고가 커진다. 이미 국내 증시에서 환율, 국채 금리 등은 급등락 장세를 전개 중이다. 여기에 국내 경기 사이클 수축기조 지속과 수출 모멘텀 둔화 등은 11월 증시의 박스권 탈출을 옥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 코스피지수 수익률은 -1.43%를 기록했다. 과거 10월 평균 수익률(2000년 이후 -1.14%, 2010년 이후 -0.66%)을 밑돌며 2600선 회복 시도를 번번이 실패했다. 개미(개인투자자)들은 그야말로 ‘개미무덤’에 갇혔다. 개인 투자자의 10월 순매수액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11.44%를 기록했다. 순매수 1위 삼성전자(-3.74%)를 비롯해 10개 종목 모두 마이너스였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평균 수익률이 각각 11.78%, 12.38%를 기록했다.

절정 치닫는 대선·FOMC 불확실성

11월 전망도 어둡다. 미국 대선 영향은 그야말로 안갯속이다. 트럼프 당선 시나리오가 선반영되면서 미국 10년 금리는 4%를 상회 중이다. 트럼프의 핵심 정책은 자국 제조업 보호를 위한 감세, 규제 완화, 관세 인상, 이민 제한이다. 법인세 인하와 규제 완화는 미국의 재정적자 부담을 키울 수 있고, 국채 발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채권 금리 상승을 유발해 글로벌 자금의 미국 유입과 달러 강세를 일으킨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발 강달러와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지난달 내내 상승세를 나타냈고, 최근에는 1400원대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달 초 1300원대 초반이었던 환율은 한달 새 약 90원 가까이 뛰었다.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는 성공했지만, 외환 수급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을 소화하며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재돌파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관세와 이민 제한도 중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요인이다. 이는 금리 인하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선뿐만 아니라 상하원 선거 결과도 변수다. 레드 웨이브(Red wave·공화당 지지 물결) 시나리오의 경우 급진적인 정책 시행에 따른 재정 부담으로 금리 상승을 견인할 수 있다. 민주당이 하원을 가져간다면 재정 적자 부담 완화 기대로 금리 변동성은 낮아질 수 있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레드 웨이브 시나리오에선 반도체·조선·방산·전력기기가 유리할 전망이고, 민주당이 하원을 가져가는 경우 금리 변동성 축소 및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지 기대로 헬스케어·인터넷·게임·이차전지(신재생)가 긍정적일 수 있다”며 “해리스+상원 공화당 시나리오에선 금리 변동성 축소와 관세 우려 완화로 전반적인 지수 상승이 기대된다”고 했다.

미 대선 이후에는 FOMC가 기다리고 있다. 한국은행,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주식시장의 하락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9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0.5%p 인하한 뒤 추가 인하에 조심스러운 입장이고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11월이 아닌 10월로 선택했다. 시장은 추가 금리인하 폭을 조정하고 있다. 미국 금리선물 시장은 2025년 1분기 말 미국의 기준금리가 3.5%까지 인하될 가능성을 반영했다가 지금은 4%로 인하 폭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11월 FOMC가 미국 대선 결과 후폭풍을 잠재우는 ‘처방전’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그룹의 패드워치 툴은 11월 0.25%p 금리인하를 96.1%의 확률로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미 대선 이후 불확실성 해소로 코스피지수가 연말까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낮아지는 실적 컨센

불확실성은 요동치는데 기업 실적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2025년 국내 상장기업들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8주 연속 하향조정 중이다. 9월 말 이후 올해 순이익 컨센서스는 2.4%, 내년 순이익 컨센서스는 2.9% 각각 낮아졌다. 수출 모멘텀은 둔화하기 시작했다. 9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했지만, 증가율이 7월 13.5%, 8월 11%에서 하락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4분기 수출이 증가세를 유지하겠지만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경기 사이클은 작년 하반기부터 연이은 확장기조를 이어오다 8월부턴 본격적인 수축 사이클로 전환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2개의 출렁다리(미 대선·FOMC)를 다 건너간 후에도 투자심리가 출렁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수출 모멘텀은 더 약해질 전망”이라며 “미국 대선 이후 보호주의가 강화될 경우 수출 연착륙 기대는 큰 난관을 맞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수연·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 혹은 내년 1분기까지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건 실적과 금리의 방향일 것”이라고 했다. 김경훈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축기조는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판단하며, 이는 곧 국내 증시의 상방을 제한하는 부담요소로 작용할 개연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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