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설계사 만나니 '랜드마크' 자리매김…높아진 분담금·분양가는 숙제 [평범한 건 NO, 특화설계 경쟁②] ]

입력 2024-1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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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클래스'로 불리는 해외 설계사의 손을 탄 아파트는 지역의 랜드마크 이자 대장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차별화 된 외관 디자인과 조경, 평면 특화를 적용해 일대 시세를 선도하며 자산 가치가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다만 높은 설계비용이 조합원 분담금과 분양가에 전가돼 시장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대장주로 꼽히는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 3차·신반포23차·경남아파트 통합 재건축)'는 세계적인 건축 설계 명가 'SMDP'와의 협업을 통해 탄생했다. 이 기업은 미국 시카고에 본사를 둔 곳으로, 국내에서는 용산구 한남동의 하이엔드 주택 '나인원 한남',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의 주상복합 '두산 위브 더 제니스' 등을 설계했다.

명성만큼 적용된 설계도 남다르다. 래미안 원베일리는 전 가구에 4베이 평면 설계를 적용해 채광을 키웠으며, 독일산 외부 창호를 적용해 기밀과 단열 성능까지 확보했다. 특히 천정고를 일반 아파트(2.3m) 대비 20㎝ 높인 2.5m로 설계해 개방감을 극대화 시켰다. 바닥 콘크리트 슬라브 두께는 인근 단지들에 비해 약 20% 늘린 250㎜로 설계해 층간 소음 우려를 덜어냈다.

▲래미안 원베일리 전경. (출처=삼성물산)
▲래미안 원베일리 전경. (출처=삼성물산)

래미안원베일리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5653만 원으로, 2021년 분양 당시 역대 공동주택 최고 분양가를 다시 썼다. 지난해 8월 입주 이후에는 한강변 랜드마크 자리를 탈환하고 거침없는 몸값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용면적 84㎡ 타입은 올해 8월 47억 원에 매매돼 신고가를 경신했는데, 분양 당시 가격(19억 원) 대비로는 무려 28억 원이 올랐다.

인근에 위치한 '아크로리버파크(신반포 1차 재건축)' 역시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DPA)가 협업한 단지다. 페로는 프랑스 국립도서관과 베를린 올림픽 벨로드롬 등의 건물을 설계했다. 국내에선 '제3회 서울 도시건축 비엔날레' 총 감독을 역임했다. 현재 강남 르메르디앙 호텔 부지에 교보타워 1.5배 규모의 복합시설을 개발하는 '트윈픽스' 프로젝트와, 삼성동 영동대로 광역복합환승센터 사업에도 참여 중이다.

아크로리버파크는 2013년 서울 최고 수준의 분양가인 3.3㎡당 3830만 원, 전용 84㎡ 기준 15억 원에 분양됐다. 그럼에도 1순위 청약에서 순위 내 마감되며 한강변 대표 단지로 자리잡았다. 시세도 부지런히 상승해 올해 8월 전용 84㎡ 타입이 51억 원에 신고가를 다시 썼다.

서울을 벗어나도 이런 흐름은 비슷하게 감지된다. 국내 최초로 99층 재건축을 추진 중인 부산 수영구 남천2구역(삼익비치) 디자인 설계 역시 도미니크 페로가 맡아 지상 99층, 6개 동, 3700가구로 재건축 될 예정이다.

해외 설계사의 국내 아파트 참여 사례가 늘어나는 데는 조합원들의 요구가 크게 작용한다. 차별화 ·고급화 된 단지를 지어 미래의 가치 상승을 도모하는 전략이다. 성수동 재개발 전략정비구역 조합 관계자는 "천편일률적인 아파트가 아닌 멋있는 작품을 기대하고 해외 업체와 계약을 맺었다"며 "조합원 분담금은 올라가더라도 미래 가치에 더 투자하자는 관점"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참여하는 부산 수영구 삼익비치타운 재건축 조감도. (출처=부산시)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참여하는 부산 수영구 삼익비치타운 재건축 조감도. (출처=부산시)

최근 지자체가 디자인 특화에 공을 들이는 점도 이런 추세에 힘을 싣는다. 지난해부터 서울시는 디자인 특화 건축물에 용적률·건폐율 완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는 '도시건축디자인혁신 사업'을 추진 중이다. 부산시도 혁신적 건축 디자인 제안 제도인 '특별건축구역 활성화 시범사업' 대상지로 삼익비치 등 3곳을 선정해 건축법상 최대 용적률의 1.2배를 허용해주고 있다.

다만 사업비 전체를 끌어올린다는 점은 부담이다. 해외 스타 설계사의 경우 '부르는 게 값'인 탓에 국내 설계사와 작업할 때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업계에 따르면 A급 해외 설계사는 국내 설계사 대비 1.5배가량 높은 금액을 줘야한다. 통상 10억 원 부터 시작하며, 강남 대장주인 압구정 재건축 단지의 경우, 30억 원까지 비용을 지불하기도 한다.

결국 이는 해당 단지의 분담금·분양가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시장 전반의 가격 수준을 상승시킬 가능성도 크다. 실제 부산 삼익비치의 사업비는 2조 원 이상, 조합원이 전용 84㎡를 받기 위해 내야할 분담금은 7억~8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해외 설계사와 협업은 차별화 된 주거 문화 구축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분양가 인상 등의 부작용이 있다"며 "지나친 사대주의로 가기 보다는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발판으로 삼아 나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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