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무구조도 5대금융서 첫 제출…시범운영 앞두고 막판 속도전

신한금융, 5대 금융지주 최초 제출…은행도 선제도입 나서
KBㆍ하나ㆍ우리ㆍNH농협금융지주도 이달 중 제출 예정

다음달 '책무구조도' 시범 운영을 앞두고 주요 금융지주·은행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이미 신청에 나선 금융지주·은행들은 효과적인 제도 안착을 위해 시스템 마련에 나섰다. 반면 제출 시기를 재고 있는 곳들은 이달 말 신청을 위해 이사회 의결을 마치는 등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은 이날 금융당국의 ‘책무구조도 시범 운영’에 참여하기 위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 제30조의3제4항에 따라 책무구조도를 제출했다. 5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최초다. KB금융과 하나·우리·NH농협도 이달 말까지 책무구조도를 낼 예정이다.

책무구조도란 금융사 임원 개개인이 책임져야 할 내부통제 대상 업무의 범위와 내용을 적은 문서로, 금융당국이 제시한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 개선안의 핵심이다. 지난 7월 시행된 지배구조법에 따라 은행과 금융지주는 늦어도 내년 1월2일까지 책무구조도를 의무 제출해야 한다.

다만, 당국은 제도 조기안착을 위해 이달 말까지 제출 시 내년 1월 초까지 금융사고가 발생해도 제재 경감을 해주는 ‘인센티브’를 도입했다.

그럼에도 금융권에서는 금융사고 발생 시 관련 책무를 담당한 임직원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참여를 꺼려왔다. 하지만 최근 수백억 원대 횡령과 부당대출 등 사건·사고가 잇따르면서 내부통제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금융사들도 책무구조도 도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은행권에서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은 신한이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은행권 중 최초로 책무구조도를 제출했다. 지난해 초부터 책무구조도 기반 내부통제 체계 구축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준비해 온 신한은행은 올해 초 공포된 지배구조법과 하위 규정 내용을 충실히 반영하는 등 정교화 과정을 거쳐 책무구조도를 완성했다. 또 각 임원의 책무를 규정하는 책무구조도 외에도 본점 및 영업점 부서장들의 효과적인 내부통제 및 관리를 위해 ‘내부통제 매뉴얼’도 별도로 마련했다.

하나은행도 시범 운영에 참여하기 위해 이달 25일 책무구조도를 당국에 냈다. 하나은행 역시 지난해 6월 TF를 구성해 책무구조도 도입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또 내부통제 관리 의무를 부여받는 임원과 관련 본부 부서장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실시하는 등 책무구조도에 기반한 내부통제 관리 체계가 조기에 도입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DGB금융과 아이엠뱅크(iM뱅크)는 금융지주와 은행이 동시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하기도 했다. DGB금융과 iM뱅크는 책무구조도의 효율적인 관리조치의 이행을 위해 시스템을 별도로 마련했다. 부서 단위에서 대표이사까지 이어지는 내부통제 점검 및 보고, 임직원들의 점검 활동과 개선 조치들이 시스템상에서 관리될 수 있도록 했다.

아직 책무구조도를 내지 않은 금융지주와 은행들도 사전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다. KB국민은행은 이달 24일 ‘지배구조내부규범’을 개정했다. 책무구조도 도입을 위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률에 따라 책무를 부담하는 임원 및 직원은 책무구조도에서 정하는 자신의 책무를 수행하기에 적합한 전문성, 업무경험, 정직성 및 신뢰성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는 내용 등을 추가했다. 앞서 국민은행은 전담 조직인 ‘KB책무관리실’도 신설했다. KB책무관리실은 준법감시인 산하에서 책무구조도 운영 및 점검 등 은행의 책무관리 업무를 맡게 된다.

우리은행도 이달 18일 열린 이사회에서 책무구조도를 의결하고, 25일 책무구조도 도입을 위한 지배구조 내부규범 개정 공시했다. KB금융·국민은행과 우리금융·우리은행 등은 이달 29~30일 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시범기간인 만큼 본격적인 제도 도입에 따른 변화나 효과는 시일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책무구조도 도입과 관련해 초반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금융권에서 시범기간에 적극 참여에 나서면서 고무적인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