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영 IBK기업은행 부행장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역량 스스로 키워라" [금융 유리천장 뚫은 여성리더⑯]

입력 2024-10-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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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10-27 17:05)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기업은행 최고참 여성부행장…여성 최초 감사부 본부장도
금융소비자보호그룹 이어 자산관리그룹까지 이끌어
"자신의 능력과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하지 말아라" 조언

‘여풍(女風)’, ‘우먼파워(Woman Power)’. 사회에 진출한 여성들의 활약상을 일컫는 말이다. 전통적으로 남성들만의 분야로 여겨온 여성 금기 분야에 진출한 여성이나 리더십을 지닌 여성 지도자의 사회적 영향력을 지칭할 때 사용한다. 대표적인 업권이 금융업이다. ‘방탄유리’라 불릴 정도로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최초’ ‘1호’ 타이틀을 단 여성 임원과 부서장 등 여성 인재의 활약으로 견고했던 틀이 서서히 깨지고 있다. 본지는 남성 위주의 조직문화가 강한 금융권에서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유리천장을 깬 여성 리더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성공 과정과 2030 여성 금융인 후배들에게 전하는 솔직 담백한 조언을 담고자 한다.

▲김운영 IBK기업은행 부행장이 14일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김운영 IBK기업은행 부행장이 14일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매일 아침 5시 10분. 김운영 IBK기업은행 자산관리그룹장(부행장)의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이다. 오전 6시 기업은행 맞은편 체육관에 도착해 운동하는 일정을 7년간 단 하루도 빼놓은 적이 없다. ‘칸트’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기업은행 최고참 여성 임원 자리에 오른 김 부행장은 “성실한 업무 태도로 동료들과 상사들에게 신뢰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두 딸을 키우는 워킹맘으로서 일과 업무를 병행 하면서도 특유의 성실함과 이를 바탕으로 쌓아올린 ‘실력’은 지금의 자리에 올라서게 한 원동력이 됐다.

김 부행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후배 행원들에게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능력과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목표를 높게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1989년, 김 부행장이 기업은행에 입사한 해다. 여성이 은행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쉽지 않은 시절이었다. 특히 그는 사내 커플이었다. 지금은 달라졌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사내에서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으면 여성 행원이 퇴사를 하는 것이 관행처럼 여겨졌던 시기다.

김 부행장은 “당시 100명 승진자 중 여성은 2~3명에 불과할 만큼 열악했다”면서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 여성들이 승진에 대한 목표의식이 분명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도 둘째를 낳은 후 퇴사를 고민하면서 승진 시험을 치르지 않았다. 그 때 인생을 바꾼 것이 그의 능력을 높이 산 선배의 충고였다. 승진할 만큼 충분한 능력을 갖췄음에도 사회적 분위기때문에 지레 포기한 김 부행장을 독려하기 위해 내뱉은 선배의 말 한 마디에 시험 준비를 시작했고, 3개월이란 짧은 준비 시간에도 불구, 당당히 합격했다.

이후 그는 승승장구했다. 2001년 여성으로 과장 직함을 단 뒤 3개월 만에 바로 책임자가 됐다. 여성행원으로서는 경험하기 쉽지 않은 검사부장(수석검사역), 검사본부장 등도 역임했다. 특히 여성이 검사부 본부장을 맡은 것은 기업은행에서 김 부행장이 최초였다.

그는 “당시 여성으로서 승진 기회가 적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외부 환경에 지나치게 좌우되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면서 “맡은 역할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고 결과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검사부는 딱딱하고 무서울 것이란 선입견도 있었지만 김 부행장은 여성 특유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부서를 이끌었다. 그 과정에서 같은 부서 직원들은 물론 타 부서 직원들과의 소통에 집중했다. 그는 “팀원간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은행 업무라는 것이 혼자만 잘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동료들과의 신뢰와 소통을 중시하며 조직 내에서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데 힘썼다”고 했다.

사람과의 인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김 부행장의 원칙은 영업점 생활을 하면서도 이어졌다. 그는 “영업점에 근무할 때 한 점포에 평생 고객 한 분씩은 만들자는 생각으로 임했다”면서 “그렇게 만들어진 인연은 십 수년간 이어졌고 지금 자산관리업무를 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자산관리그룹을 맡기 전 금융소비자보호그룹장으로 첫 부행장 임무를 시작한 김 부행장은 당시 고객의 소리를 적극 반영해 IBK발전의 자산으로 활용하기 위한 ‘고객의 소리 자산화’를 추진했던 것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그는 “현장에 있는 내부직원의 목소리를 반영해 현장 직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개선하기 위해 ‘일하는 방식 효율화’를 추진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소비자의 불만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예방해 고객 신뢰도를 크게 높일 수 있었다”고 자부했다.

▲김운영 IBK기업은행 부행장이 14일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김운영 IBK기업은행 부행장이 14일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벌써 1년째 이끌고 있는 자산관리그룹에서도 김 부행장은 고객들과 한층 더 두터운 신뢰관계를 쌓으며 많은 변화와 도전을 헤쳐나가고 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시중은행과 자산관리 서비스를 두고 경쟁한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하지만 그는 기업은행의 강점인 기업금융 서비스를 자산관리서비스에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았다.

김 부행장은 “기업은행과 시중은행의 자산관리서비스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접근성”이라며 “수도권, 그 중에서도 강남에만 집중된 시중은행의 WM센터와 달리 기업은행은 Hub&Spoke(허브앤스포크) 전략을 통해 전국 20곳에 WM센터를 허브로, 모든 영업점에서 자산관리 서비스를 요청하고 지원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를 통해 기업은행은 전국 곳곳의 중소기업과 최고경영자(CEO)를 위해 세무·부동산·금융투자 분야의 전문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올해 목표를 직원들의 역량 강화를 통한 자산관리그룹 성장으로 잡았다. 이를 위해 전 직원 대상 ‘IBK 자산관리 골든벨’ 대회도 열었다. 김 부행장은 “코로나19 이후 직원들이 대면 업무 경험이 줄어든 부분에 안타까움을 느꼈다”면서 “직원들의 업무 역량을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 조금 더 쉽게 재미있게 자산관리 업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골든벨 대회를 개최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다”고 피력했다.

도전과 책임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현재의 자리까지 오른 그는 여성 후배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을 때 주저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김 부행장은 “여성 스스로도 자신이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역량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며 “변화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전문성을 키우고, 네트워킹과 자기 계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이 과정에서 조직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부행장은 “전체 성비와 비교했을 때 여성 임원이 적은 이유는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축적된 경력의 기회와 환경적 요소들이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여성 인재가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초반부터 더 많이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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