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장옥 칼럼] 우리의 출산율은 걱정인가, 희망인가

입력 2024-10-13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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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경제학과 명예교수ㆍ前 한국경제학회 회장

국가소멸 걱정할 지경인 초저출산
한치앞 못본 산아제한정책 철없어
출산·양육서 얻는 기쁨 깨달았으면

산업혁명에 이르는 과정에서 인구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14세기 중반 흑사병으로 인구의 25% 정도를 잃었던 유럽에서 15세기 말엽이 되어서야 흑사병 이전의 수준을 회복하고 16세기가 되면 인구가 팽창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영국에서는 런던과 여타 도시에 인구가 집중되기 시작한다.

16세기 초 5만 명가량이던 런던의 인구는 1650년경에는 35만 명, 1675년경에는 55만 명가량으로 팽창한다. 1801년의 인구조사에 따르면 런던의 인구는 100만 명을 초과하였고 1850년경에는 250만 명에 다다랐다.

엄청난 인구의 도시가 즐비한 지금 보면 별로 많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당시로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숫자였다. 식량과 주택 그리고 위생, 질병, 범죄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문제가 과다한 도시인구로부터 파생되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연료였다. 16세기 중반부터 연료와 선박 건조를 위한 목재의 남벌로 연료가 부족해지자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기 시작한다. 17세기 중반이 되면 본격적으로 석탄이 연료로 사용되면서 런던은 공해의 바다로 변한다.

영국은 석탄 매장량이 가히 세계적이어서 처음에는 지표에서 많은 양을 채취할 수 있을 정도였다. 로마가 영국을 점령하였을 때 쉽게 조형물을 만들 수 있고 아름다운 보석으로도 가공이 가능한 검은 돌을 ‘영국의 가장 훌륭한 석재(best stone in Britain)’라고 한 것은 괜한 칭찬이 아니었다.

19세기 중반이 되면 영국의 석탄 생산량은 세계의 40%를 차지하였고 런던의 가정 70% 가까이가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였다. 석탄에 열을 가해 불순물을 제거하고 코크스를 만드는 기술도 이미 발명되어 있었다.

영국에서 특허가 제도로서 확립된 것은 1623년이고 토머스 세이버리(Thomas Savery, 1650~1715)가 증기기관에 대한 특허를 받은 해는 1698년이다. 같은 해 영국에서 발행된 특허의 75%가 석탄과 관련이 있었다. 그리고 모든 발명의 15%는 탄광의 배수에 관한 것이었다. 그 사이 지표에서 쉽게 발견되던 석탄은 고갈되고 깊이 굴을 파고 들어가야만 캐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갱도를 깊게 파 내려갈수록 많은 물이 고이면서 석탄의 채취에서 배수가 문제의 핵심이 된 것이다.

결국 석탄의 채광을 위해서 증기기관이 발명된 것이지 그 어떤 다른 목적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러나 증기기관이 발달하면서 19세기가 되면 기차와 기선이 발명된다.

일군의 학자들이 인구의 증가와, 이제는 지탄의 대상이 되었지만, 석탄의 사용으로부터 산업혁명이 시작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 증가한 인구가 노동력을 제공하고 화석연료를 사용한 동력이 확보되면서 산업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지금 지구는 불어나는 인구가 벅차다는, 위험한 신호를 계속해서 내보내고 있다. 이 나라의 젊은이들이 그와 같은 신호에 현명하게 대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출산율이 지속되면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소멸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어느 원로와의 대화 모임에서 작고하고 안 계신 윤기중 선생께서 지금의 상황은 “과다한 인구가 조정되는 과정”이라고 말씀하셔서 놀란 적이 있다. 그런 것이라면 안심이다. 걱정은 이런 출산율의 추세가 멈춤이 없이 지속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에 있다.

얼마의 인구가 대한민국에 최적인지는 연구해볼 만한 중요한 주제이다. 그러나 최적의 인구를 논하기에 앞서 언제부터 이 나라의 젊은이들이 자식을 낳아 기르는 것에 일종의 공포감 같은 것을 갖게 되었는지 곰곰 생각해 본다. 국가가 나서서 산아제한을 장려하던 것이 엊그제 같음을 상기하면 참 철없는 정책이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뜻대로 되지 않아 자식을 갖지 못하는 인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식을 낳아 기르면서 느끼고 배우는 기쁨보다 큰 행복은 인생에 없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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