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늘봄학교 등 학교 내 돌봄 시스템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학교의 역할이 늘면서 교육 직종 간 갈등도 확대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존 업무는 줄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업무가 점점 가중되면서 ‘추가된 업무를 맡지 않기 위해’ 교육 직종 간 갈등이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1일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 브리프 ‘학교 구성원 직종 간 업무 갈등 양상 분석’을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는 학교의 업무가 많아지면서 새롭게 추가된 업무 지원을 위해 보다 다양한 인력이 학교에서 근무하고, 이로써 갈등도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혜진 KEDI 연구위원은 “최근 학교가 겪고 있는 몇 가지 변화는 학교 구성원 갈등이 더욱 다양하고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나게 한다”면서 “학교의 기능과 역할이 다변화되고 확대되면서 학교에 돌봄, 급식, 안전 등 다양한 업무가 추가됐고, 업무 수행의 과정과 방법은 복잡해지고 전문화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올해 2학기부터 전국 모든 초등학교로 늘봄학교 운영을 확대한 바 있다. 늘봄학교는 정규수업 외에 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교육 운영 체제를 말하며, 전국 초등학교 6100여 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늘봄학교 운영이 확대되면서 정부는 ‘늘봄지원실장’ 보직을 신설하고 임기제 교육연구사를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6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늘봄학교 확대로 인해 업무가 가중된다는 내용의 설문 조사를 발표하기도 했다.
김 연구위원은 “통상 교육공무직원으로 불리는 직종은 2022년 기준 약 18.6%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커지고 있다”면서 “그런데 교원, 일반직공무원에 더해 적게는 22개부터 많게는 49개까지 세분화된 교육공무직원의 직종이 학교에 유입되고 증가함에 따라 갈등 양상이 복잡하고 다차원적으로 나타나게 됐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이 같은 교육 직종 간 갈등은 ‘시소 구도’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즉 새롭게 부여되는 학교 업무를 복수의 직종이 나눠가지는 상황에서 한 직종이 업무를 많이 가져가면 다른 직종의 업무는 상대적으로 가벼워짐에 따라 '적게 업무를 가져가기 위해' 경쟁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삼각 구도’로 갈등 구조를 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교원과 일반직공무원, 교육공무직원이 상호 협력하며 균형을 이루는 균형적 삼각 구도는 갈등이 가장 적게 발생하는 구조였지만, 교원의 교육활동을 주요 업무로 두고 다른 구성원이 지원·보조하는 구도로 가면서 업무 갈등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삼각 구도에서는 상호의존적으로 얽혀 있는 학교 업무를 3개 직종에 배분해 협력하는 것이 필요한데, 업무 배분의 기준이 모호하고 구성원 직종 간의 역할에 대한 인식에 차이가 발생해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모든 직종이 협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학교의 업무 총량을 줄이는 작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모든 직종의 협력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학교 내부에서의 민주적인 의사소통과 협력의 문화를 구축하고, 제도적인 측면에서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학교 구성원의 업무에 영향을 주는 법령, 제도, 각종 정책사업을 정비하고 학교의 업무를 교육행정기관으로 이관함으로써 학교의 업무 총량을 줄이고, 학교 인력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나 제도를 마련해 인력 운용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