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본지 취재 결과 지난해 서울시 에코마일리지 승용차 부문 지급대상 약 5만7000대 중 4만 대가 ‘30% 이상’ 감축률 평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지급대상 가운데 무려 70.9%가 감축 실적 최고 구간에 포함되면서 에코마일리지 최대 포인트(7만 원)를 받게 된 것이다. 0~10%, 10~20%, 20~30%, 30% 이상 감축으로 구분된 구간 중 0~10% 비중이 8.3%인데 비해, 더 어려운 실적인 30% 이상에 속하는 사람이 지나치게 많은 분포를 보인 셈이다.
서울시는 기후위기에 대비해 시민 의식을 일깨우고 탄소 저감 활동을 유도하고자 에코마일리지 제도를 운영해왔다. 2009년 건물(전기·수도·가스)을 시작으로 2017년 승용차(주행거리)까지 확대해 에너지 절감량에 따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했다. 가입자가 늘면서 누적 회원 수는 257만 명까지 늘었고, 예산 규모도 2017년 58억 원에서 2023년 154억 원까지 급증했다.
문제는 불합리한 제도 설계로 에너지 절감 노력과 무관하게 인센티브가 제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주행거리가 전년 대비 증가했음에도 30%이상 감축으로 평가되는 사례가 속출했다. 가령 전년보다 1000km를 더 탔는데도 54% 감축한 것으로 평가받고, 7만 마일리지를 지급받는 경우도 있었다.
가장 큰 원인은 기준 주행거리 산정 방식에 있었다. 예를 들어 올해 탄소배출 저감 노력을 평가하는 비교점이 전년이 아니라 ‘최초 자동차 등록일부터 누적 주행거리의 연평균’이었다. 차량을 더 많이, 또 오래 탄 사람일수록 기준 주행거리가 애초 길게 설정됐다. 기준점의 연간 변동 폭도 미미해 절감 노력을 굳이 하지 않아도 감축 성과가 높게 나왔다. 넘어야 하는 허들 자체가 낮게 설계가 된 셈이다.
탄소배출 저감량보다 가입자 편의도 우선해줬다. 신차와 중고차 모두 기준점을 기준 주행거리와 본인 실제 주행거리 중 유리한 것으로 적용하도록 했다. 작년과 올해 승용차를 타지 않아 실제 주행거리 감축이 없는데도 감축률 100%를 인정받기도 했다. 실적 등록에 인정되는 사진도 등록일로부터 6개월 전까지 허용됐다. 등록을 해놓고 6개월간 실컷 차량을 몰아도, 반영이 안 되는 구조인 것이다.
서울시는 기준을 재정비해 탄소 저감 노력이라는 애초 제도 취지를 살린다는 계획이다. 기준 주행거리를 직전 2개년 주행거리 평균으로 개선해 최근 에너지 절감 노력을 반영한다. 실 주행거리 감축이 없는 경우 평가에서 제외하고 사진등록도 30일 이전으로 강화한다.
여장권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운영 중인 제도를 지속해서 개선해 실질적으로 탄소 저감 활동에 참여한 시민들이 더 많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