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의 공포’에 꺾인 목표가…지난달 ‘하향’ 478개, ‘상향’ 앞질러

입력 2024-09-1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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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목표주가 하향’ 리포트수 늘어
삼성전자, 9월에만 증권사 7곳서 목표가 낮춰
실적 둔화 우려·업황 불확실성 증대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전경.  (사진=연합뉴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전경. (사진=연합뉴스)

‘R(recession·침체)의 공포’에 상장기업들의 목표주가가 꺾였다. 지난달 5일 ‘블랙먼데이’ 이후 기업들의 주가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증권사들이 늘었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8월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낮춘 종목수는 478개로 목표가를 높인 종목수(257개)를 추월했다. 목표주가 하향 리포트수가 상향 리포트수를 앞선 건 올해 1월(상향 307개, 하향 463개) 이후 처음이다.

9월 들어서도 목표주가 하향 종목수는 56개로 상향 종목수 49개를 앞서고 있다. 2월부터 7월까지는 목표주가를 올린 종목수가 내린 종목수보다 월등히 많았다. 상반기는 상향(2214개)이 하향(1639개)을 압도했지만, 하반기 들어 상향 912개, 하향 947개로 역전됐다. 올해 들어 9월 현재까지 증권사들의 목표가 상향 종목수는 3126개, 하향 종목수는 2586개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9월 들어 증권사 7곳에서 목표주가를 내렸다. KB증권이 13만 원에서 9만5000원으로 무려 26.9%나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하향조정한 것을 비롯해 △유진투자증권(-17.3%) △키움증권(-16.7%) △한국투자증권(-20%) △메리츠증권(-12%) △DB금융투자(-9.1%) △현대차증권(-5.5%) 등이 목표가를 조정했다.

다른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SK(하이닉스·아이이테크놀로지·이노베이션·케미칼) △LG(유플러스·이노텍·헬로비전·화학) △롯데(롯데쇼핑·에너지머티리얼즈·이노베이트·케미칼) △네이버 △카카오 △신세계 △아모레퍼시픽 등 굵직한 그룹 지주사와 계열사들의 목표가도 줄하향됐다.

기업의 목표주가는 대체로 실적과 업황 전망을 기반으로 산정된다. 목표주가 하향이 많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 실적 둔화 우려와 업황 변동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R의 공포는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다. 실업률을 비롯해 제조업 구매자관리자지수(PMI), 국내 총생산(GDP) 성장률, 주택판매지수, 유가 폭락 등 각종 경제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경기침체 우려가 시장을 엄습한다. 11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8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ore CPI)가 전월 대비 0.3% 증가하며 예상을 소폭 상회하자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 우려 마저 고개를 들었다.

여기에 미국 대통령 선거에 따른 변동성 확대, 일본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에 따른 엔화 강세와 엔캐리트레이드(값싼 엔화를 빌려 고금리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것) 청산 공포가 여전히 시장을 자극한다. 국내 수출 경기력 회복이 약화하고 있고 소비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 경제의 경착륙이 현실화되거나 금리인하 폭이 미약할 경우, (우리나라) 수출과 내수가 동시 부진에 빠져 경기 회복이 상당 기간 지연되는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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