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톡] 손해배상 강화되는 기술탈취

입력 2024-09-1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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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주 삼성벤처투자 투자심사역·변리사

특허권, 영업비밀 및 아이디어 침해행위(이하 ‘기술탈취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가 손해액의 3배에서 5배로 강화된 개정 ‘특허법’과 개정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 8월 21일부터 시행되었다. 2019년 초 기술탈취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되면서 그 손해배상 한도를 미국과 같이 손해액의 3배로 한다고 했을 때도 놀라웠는데, 불과 5년 만에 이를 상향하여 5배가 된 것이다.

손해액의 5배라는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는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도 상당한 수준이다. 우선 일본은 기술탈취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없다. 미국은 특허권 침해는 손해액의 3배까지, 영업비밀 침해는 손해액의 2배까지 인정하고 있으며, 중국만 우리와 유사하게 손해액의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를 정하고 있다. 하지만 높은 손해배상 한도는 역설적이게도 그간 기술탈취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도 볼 수 있다.

실제 특허권 침해소송에서 인정된 손해배상액의 중간값은 국내가 1억 원(2016~2020년) 수준인 데 반해, 미국은 약 66억 원(1997~2016년)으로 양국의 경제 규모를 고려해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소송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에 비해 충분하지 않은 손해배상액은 특히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기술탈취행위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을 곤란하게 만들기도 한다. 인적·물적 자원이 한정된 만큼 제품 개발과 판매에 들어갈 자원 중 일부를 할애하여 소송에 대응해야 하는데 낮은 손해배상액은 승소하더라도 기업의 경쟁력을 상실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낮은 손해배상액 외에도 피해기업이 기술탈취행위의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미국은 특허권 침해소송 과정에서 증거수집제도(디스커버리 제도)가 운용되고 있어, 기술탈취행위를 의심받는 피고 측은 관련 내부자료를 법원에 제출하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소송과정에서 증거자료 소지자가 영업비밀임을 이유로 자료제출을 거절할 수 있어, 피해기업이 기술탈취행위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것이 여의치 않다.

이로 인해 실무에서는 입증 편의성 등을 고려하여 국내 기업 간 특허 분쟁임에도 미국에서의 원정 소송으로 진행한 경우가 있었다. 특허청도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하여 금번 법률 개정에 따른 후속 조치로 특허권 침해소송에서 한국형 증거수집제도 도입 등의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고 한다.

수출 주도형 경제구조를 지닌 우리나라는 기술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더욱이 국가 간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반도체, 이차전지 등 핵심기술에 대한 해외로의 기술유출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황에서 기업의 기술개발을 독려하는 한편, 개발된 기술을 강력히 보호하는 정부의 정책은 당연한 흐름으로 보인다.

악의적인 기술탈취행위를 방지하고 그에 대한 피해구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서 금번 관련 법률의 개정은 환영할 만하다. 강력한 제도가 만들어진 만큼 기술탈취행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이를 통해서 지식재산권을 존중하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길 기대해 본다.

고은주 삼성벤처투자 투자심사역·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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