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창] 서예는 소리 없는 음악이다

입력 2024-08-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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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성 서예가ㆍ한국미협 캘리그라피 분과위원장

평균수명의 증가로 많은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노후의 취미를 즐기며 은퇴 후의 삶을 풍요롭게 보내시는 걸 응원하는 맘으로 보게 된다. 특히 각 지자체 문화센터나 지역 복지관 등에서도 서예반은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잘 알다시피 서예는 선(線)의 예술이고 선은 서예와 서예의 표현력을 결정짓는 것으로 서예가의 개성을 나타낸다. 기운생동(氣運生動)한 생명력 넘치는 선은 서예가의 기질과, 경험으로 축적된 문화적 교양에서 나오며, 필력(筆力)과 운필(運筆)의 변화에 의해 우주의 섭리에 상통하는 지극한 조화의 세계와 오묘한 경지를 나타낼 수 있으니 이는 감상자의 감정적 공감을 불러일으켜 서예 술의 힘을 느끼게 한다.

당나라 때 최고의 예술론으로 서론(書論)이 발전했다. 성당(盛唐)시기에 활동한 서예가 장회관(張懷瓘), 그의 초서는 수백 년 동안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그는 서예를 ‘소리 없는 음악(無聲之音)’<사진>이며 ‘형태 없는 형상(無形之相)’이라고 했다.

이는 형이상학적 정신성이 짙게 배어 있는 서예의 미학적 특징을 잘 말해준다.

바로 종이 위에 표현되는 점획의 고저장단 및 운필의 완급으로 격렬하고 잔잔한 분위기의 음악적 선율과 리듬감을 풍부하게 나타낼 수 있는 매력적인 예술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점획에 소리는 없지만 심미적으로 음악적인 리듬과 역동성이 물씬 드러나는 독창적인 예술이다. 클래식의 정중함과 대중가요의 가슴을 울림도 있지만 자연의 소리만큼 무궁하기도 하다.

끊어질 듯 이어나가는 부드러운 선에서는 마치 졸졸 흐르는 시냇물의 소리인 듯 귀를 간지럽히기도 하고 거칠고 빠른 운필의 선에서는 삼백 장 높은 곳에서 수십 리 골짜기로 쏟아져 내리는 폭포와 같은 세찬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또 작은 바람에 흔들리는 댓잎의 사각거림도 있지만 한순간 우레와 같은 웅장한 역동미가 보이기도 한다.

이것이 서예 술의 신묘한 아름다움이고 ‘종이 위의 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수준 높은 미적 경지이다.

따라서 동양적인 자연관을 짙게 함축하고 있는 서예 술의 깊은 이해와 감상은 도덕적인 면과 정서적인 면을 조화롭게 하여 황폐화되어 가는 인간성을 회복하고 정서적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전통적으로 서예를 유가적 지향점에서 인성의 도야 등 인격완성의 필수조건으로 여기며 권하고 힘썼지만, 필자는 그저 지필묵을 가까이 하고 즐기다 보면 심신이 두루 강건해지고 마음의 고요함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서예 관련 학회 등에서 서예활동과 장수의 연관성에 대해 발표한 논문도 꽤 있고 통계에서는 일반인에 비해 서예가들의 수명이 상당히 길다는 결과도 나와 있다.

모쪼록 많은 분들이 입문하여 서예를 즐기며 생활 속의 아름다움과 삶의 풍요를 느끼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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