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살아파트’ 붕괴 이면에 LH ‘부실감독‧전관유착’ 있었다

입력 2024-08-08 16:06 수정 2024-08-0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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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검단아파트 사고 LH 감사 결과 공개
LH 부실 감독...“구조지침, 구조도면 비교만 했어도”
“LH, 건축사무소 부당 하도급도 방치”
LH, ‘전관 특혜’에 현장감독 불법행위도

▲서울 종로구 감사원의 모습. (뉴시스)
▲서울 종로구 감사원의 모습. (뉴시스)

‘순살아파트’ 논란을 불러온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의 배경에 한국주택토지공사(LH)의 부실한 관리와 감독 전관 특혜가 자리하고 있었다. LH가 인천 검단 등 102개 지구에 무량판구조 지하주차장 공법을 적용하면서 구조지침과 구조도면 비교를 통해 부실시공을 알 수 있음에도 허술한 관리‧감독이 이를 놓치게 만들었던 것이다.

8일 감사원은 ‘한국토지주택공사 전관특혜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당시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와 관련, LH 전관 업체의 설계‧감리 부실이 사고 원인이라는 국회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지적에 감사원은 무량판구조 주차장 부실건설 원인과 전관업체 특혜 제공 등 관리 적정성, 직무관련 업체와의 유착 여부 등을 감사했다.

‘순살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LH 부실 감독이 원인

감사 결과, LH 자체 조사에서 무량판 설계오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17개 지구 중 양주회천 A-15 등 16개 지구에서 건축구조설계 단계에서의 오류가 확인됐다. 즉, LH가 구조설계 감독을 제대로 했다면 발견되지 않았어야 하는 오류다.

이중에는 LH가 시공사가 시공상세도에서 전단보강근을 누락한 것을 인지하지 못한 사례가 있었고, 전단보강근을 기둥 상부 슬래브가 아니라 기둥 하부에 설치하도록 작성된 시공상세도를 그대로 승인한 사실도 나타났다.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무너진 이유 중 하나가 전단보강근 미설치다. 무량판구조는 바닥 판(슬래브), 수평 보, 기둥으로 하중을 지지하는 기존의 라멘구조에서 수평 보를 없애고 슬래브와 기둥만으로 하중을 지지하는 구조다. 수평 보를 시공하지 않기 때문에 기둥과 인접한 슬래브 주위 강도가 부족하면 슬래브가 뚫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무량판구조는 구조계산을 통해 뚫림 발생 가능성이 검토돼야 하고, 구조계산에 따라 산출된 수량만큼 전단 보강근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전단보강근 설치 위치와 개수를 잘못 표기한 경우(1개 지구, 72개 기둥)나 건축계획 변경으로 기둥이 재배치됐는데도 전단보강근 변경이 검토되지 않은 경우(11개 지구, 91개 기둥)도 다수 확인됐다.

감사원은 “LH가 구조 지침과 도면의 비교를 통해 부실시공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는데도 이를 확인하지 않는 등 검수·감독 업무를 태만하게 했다”며 “무량판 구조를 적용하는 시공사에 전단보강근의 설치 필요성과 시공 방법 등도 제대로 전파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LH의 부실 관리‧감독이 설계·시공 오류를 가중하는 원인이었던 셈이다.

“LH, 건축사무소 부당 하도급도 방치”

LH는 건축사무소의 부당 하도급도 방치했다. LH는 ‘주택법’ 등에 따라 건축사무소와 주택설계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건축사무소는 구조사무소와 건축구조설계 하도급 계약을 통해 구조도서를 납품받아 LH에 이를 제출한다. LH는 구조사무소가 구조계산부터 구조도면까지 일관되게 작성하도록 과업 범위를 규정한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 결과 무량판 부실 지구 23개 중 구조사무소가 구조도면을 직접 작성한 경우는 전무하고, 특히 7개 지구에서는 구조계산과 도면작업의 분리수행 등으로 전단보강근이 구조도면에서 누락됐다.

9개 지구에서는 건축사무소들이 하도급 대금을 실제 지급액보다 많이 지급한 것처럼 은행 거래 내역을 변조해 LH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중 4개 지구에서는 하도급 대금을 준 뒤 일부를 되돌려 받아 이익을 남겼다. 파주운정3 지구의 건축사무소는 하도급업체에 1억 4500만 원을 지급하고도 LH에는 3억 800만 원을 모두 준 것처럼 입금내역서를 변조해 제출했다.

감사원은 설계와 공사 감독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LH 직원 3명은 경징계 이상 문책을 요구했다. 하도급과 관련해 문제가 된 17개 건축사무소는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도록 했다. 지급증빙 변조 혐의가 있는 3개 업체는 대검찰창에 수사 요청했다.

LH, ‘전관 특혜’와 현장감독 불법행위도 횡행

이와 별개로 LH 일부 직원들이 전관 관리업체 등에 제공한 ‘전관 특혜’와 LH 현장감독들의 불법 행위도 적발됐다.

LH는 전관 업체의 설계 오류를 확인하고도 벌점을 부과하지 않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전관 업체에 품질우수통지서를 발급했다. 품질미흡통지서를 받아야 할 전관 업체에는 검토를 소홀히 하는 방식 등을 통해 통지서를 발급하지 않았다. LH와 전관 업체 간에 임의로 예정 가격을 산정하거나 규정 요건이 맞지 않는데도 수의계약을 체결한 사례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2021년 3월 당시 LH 차장급 현장 감독이었던 A씨는 직무와 관련한 전관업체로부터 상품권을 받았다. A씨는 해당 상품권을 명품 가방 구매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공직자윤리법도 위반했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공직자는 합계 1000만 원 이상의 현금에 대해 최초 재산 등록을 하거나 매년 변동 사항을 신고하도록 규정돼있지만, A씨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10회에 걸쳐 현금 4560만원을 자동 입출금기를 통해 자신의 계좌에 입금하면서 구체적인 자금 출처와 관련 소명을 거부했다. 대신 부친이 매년 명절마다 자신에게 준 현금을 자택에 보관했다고 둘러댔다.

2019~2023년 LH에서 퇴직한지 2년이 지나지 않은 전관들과 4회에 걸쳐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으로 골프 여행을 하고 부서장 등에게 신고하지 않았다. 또 2020년 2월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같은 해 8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확정판결을 받았으나 이 또한 회사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감사원이 A씨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자 그는 즉시 휴대전화를 파기해 증거를 인멸했다. 감사원은 LH에 A씨 파면을 요구하고, 대검찰청에 수사를 요청했다. LH에서 또 다른 차장급 현장 감독이었던 부산울산지역본부 소속의 B씨와 대전충남지역본부 소속의 C·D씨는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업체인 전관 E씨로부터 연간 10여차례 골프 접대를 받았다.

감사원은 LH에 이들에 대한 정직을 요구하고,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받도록 전관 E씨와 함께 관할 법원에 관련 사실을 알리라고 통보했다.

한편 이같은 감사 결과에 LH는 “무량판 부실 근절을 위해 구조안전 업무를 강화하고, 전관특혜 방지를 위해 감독을 확대했다”며 “감사원 지적사항 중 건축설계 부당 하도급 방지 등 추가 절차 이행이 필요한 사항을 제외하고는 상당 부분 이행을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LH는 또 전관유착‧특혜 관계자들에 대한 신속한 처분과 공동주택 설계·공사·감리분야 업체 선정에 대한 공정성 제고 등을 대안으로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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