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DMZ서 강남서 ‘분단 한반도’의 미래 논한다…115년 역사‧회원 2000여명 세계법철학회 첫 내한

입력 2024-07-08 16:37 수정 2024-07-0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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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IVR 한국 개최 이끈 ‘윤진숙 숭실대 법학과 교수’

‘IVR 2024’ 조직위원장 맡아…‘법치‧정의‧민주주의’ 주제 토론

세계 법철학‧사회철학학회 학술대회 유치

“한국 현재 민주주의 위기 직면
남북‧동서 단절된 경계선 국가
갈등 극복 ‘승화’ 이뤄야 경쟁력”

8~12일 토론…마이클 샌델 교수 기조 강연
“법적 전문성, 민주적 심의 대체할 수 없어”
60개국 730여명 참가…한반도 정세에 신뢰

115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세계 법철학 및 사회철학학회(Internationale Vereinigung für Rechts-und Sozialphilosophie‧이하 IVR)가 처음으로 내한했다. 이 학회는 전 세계 2000명 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41개 국가 분과로 구성돼 있다.

1909년 10월 1일 독일 베를린에서 설립된 IVR은 경제를 포함한 법철학과 사회철학 분야 연구‧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세계적 학술 단체다. 임마누엘 칸트가 태어난 독일은 법철학 최강국이다.

▲ ‘세계 법철학 및 사회철학학회(IVR) 2024’ 준비가 한창인 윤진숙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를 8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 진리관 연구실에서 이투데이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윤 교수는 IVR 2024 조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 ‘세계 법철학 및 사회철학학회(IVR) 2024’ 준비가 한창인 윤진숙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를 8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 진리관 연구실에서 이투데이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윤 교수는 IVR 2024 조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2년마다 국제 학술 대회를 여는데, 올해 창립 115주년을 기념하는 ‘IVR 2024’가 한국에서 개최된다. 첫 IVR 서울 유치에 성공한 윤진숙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를 8일 대회장인 서울 동작구 숭실대 한경직기념관에서 본지가 만났다.

윤 교수는 ‘IVR 2024’ 조직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60개국에서 730여 명이 방한한다. 전체 회원 3명 가운데 한 명 꼴로 한국을 찾은 셈이다.

윤 교수는 “한반도 사정에 비교적 밝다고 하는 미국‧일본도 마찬가지나, 특히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 학자들은 한반도하면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고 할 만큼 한반도에 대해 잘 모른다”면서 “그럼에도 한국에서 최초로 열리는 세계 대회 참석자들이 많은 까닭은 한반도 정세가 안정화됐다는 믿음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1회째를 맞은 세계 법철학 대회는 ‘법치주의, 정의 그리고 민주주의의 미래’란 대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법철학‧사회철학 쟁점을 토론한다.

(사진 출처 = ‘세계 법철학 및 사회철학학회(IVR) 2024’ 공식 홈페이지 캡처)
(사진 출처 = ‘세계 법철학 및 사회철학학회(IVR) 2024’ 공식 홈페이지 캡처)

“남북‧동서 분단…건강한 정치 이념 토론 外
지연‧학연‧성별 등 다른 갈등 요소 배제해야”

윤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위기에 직면한 경계선 국가”라며 “남과 북으로 분단돼 있지만 정치적으로 동‧서 또한 단절돼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건강한 정치 이념에 관한 토론 외에 지연‧학연‧성별 등과 같은 다른 갈등 및 편견 요소가 들어오면서 민주주의 실현에 심각한 장애가 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다른 분단을 넘어서는 ‘승화’를 이뤄야 국가 경쟁력이 있다”며 “오랜 기간 고착화된 요인들에서 벗어나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고 건전한 대의를 쫓고자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윤 교수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보면서 “심각하거나 병적이지 않은 갈등과 분쟁은 한 단계 도약할 계기가 되므로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보다 성숙하고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민주주의가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본다면 너무 비관적으로 낙담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 윤진숙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 겸 ‘세계 법철학 및 사회철학학회(IVR) 2024’ 조직위원회 위원장이 8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 진리관 연구실에서 본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 윤진숙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 겸 ‘세계 법철학 및 사회철학학회(IVR) 2024’ 조직위원회 위원장이 8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 진리관 연구실에서 본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정책적‧헌법적 결정은 법률가 아닌, 민주 시민들이 해야”

‘정의란 무엇인가’ 저자이자 미국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이날 첫 번째 기조 연설자로 나서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는 혼란에 빠져 있다”며 “지난 수십 년 동안 쌓인 소득과 부의 불평등으로 인한 좌절감이 정치적 분노와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샌델 교수는 “법적 전문성은 중요하지만 민주적 심의를 대체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주요 정책적‧헌법적 문제들은 단지 법률 전문가들이 아니라 민주적 시민들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좋은 삶에 대한 도덕적 논쟁을 하지 않고는 기본권을 정의할 수 없다”며 “도덕적 신념과 정신적 신념을 공적 담론에서 배제하면 도덕적 공백이 생기고, 이 자리는 근본주의나 초국가주의로 채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세계 법철학 및 사회철학학회(IVR) 2024’ 준비가 한창인 윤진숙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를 8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 진리관 연구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윤 교수는 IVR 2024 조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 ‘세계 법철학 및 사회철학학회(IVR) 2024’ 준비가 한창인 윤진숙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를 8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 진리관 연구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윤 교수는 IVR 2024 조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전날 저녁 사전 행사로 리셉션을 성황리 마친 ‘IVR 2024’는 이날부터 12일까지 닷새간 계속된다. 경기 파주에서 강원도 철원 지역까지 비무장지대(DMZ) 견학(Excursion)이 공식 프로그램으로 잡혔는데, 참가자 관심이 가장 높다고 윤 교수는 전했다.

가수 싸이 노래 ‘강남 스타일’로 유명해진 강남 투어 역시 마련했다. 윤 교수는 IVR 회장직을 수행하는 마티스 말만 스위스 취리히대학 교수가 주도하는 민주주의 토론에서 한국을 대표한 패널로 참여, 위기 경계선상에 놓인 한국 민주주의 실상을 짚어볼 예정이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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