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 뒤덮는 ‘돈의 쓰나미’...역대 대통령 80%가 백만장자

입력 2024-06-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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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대선 자금에 부유한 정치인 늘어
블루칼라 계층 정계 진출 가로막는 장벽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국회의사당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국회의사당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돈의 천장이 미국 정치를 가로막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최근 현 미국 정치를 이렇게 표현했다.

금융정보업체 ‘24/7 월스트리트’가 역대 미국 대통령 45명의 순자산을 추산한 결과 100만 달러(약 14억 원) 이상의 백만장자는 36명으로 80%에 달했다. ‘격차 대국’ 미국에서 정치에 입문할 수 있는 계층도 특정돼 있다는 게 닛케이의 진단이다.

미국은 상위 1%의 부유층이 소득의 21%, 순자산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정치인도 부자가 대다수다. 미국 정치자금 감시 단체 오픈시크릿츠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상·하 양원 연방의원의 평균 순자산은 100만 달러 이상이다. 백만장자는 50%가 넘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37억 달러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재산이 많았다.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은 900만 달러로 27위다.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와 연방의회 선거에 드는 비용은 각각 57억 달러와 89억 달러를 넘어서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렇다 보니 돈이 많이 드는 선거는 부유한 정치인들의 등장을 늘리고, 선거 자금을 조달하는 또 다른 부유층의 개입을 강화한다는 지적도 있다. 닛케이는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말을 빌려 ‘플루토크라시(금권정치)’라고 표현했다.

금권정치는 ‘돈의 천장’을 만들어 다양한 계층의 미국 정치인을 양성해내지 못하고 있다. 닛케이는 미국 듀크대학교 니콜라스 칸스 교수의 저서를 인용해 “블루칼라 노동자 계층의 정계 진출을 가로막는 장벽”이라고 설명했다.

▲블루칼라 계층 출신 의원 비중. 단위 %. 왼쪽부터 일본 독일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 미국 프랑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블루칼라 계층 출신 의원 비중. 단위 %. 왼쪽부터 일본 독일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 미국 프랑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선거는 결과가 불확실하고 비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은 낙선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시간과 노력, 특히 자금을 투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당이나 지원 기업도 이를 알기 때문에 영입에 신중을 가한다. 출마하는 쪽과 영입하는 쪽의 이해관계가 겹쳐 블루칼라의 진입을 막는 ‘돈의 천장’을 형성했다는 게 닛케이의 진단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선거 자금 마련에 혈안이 된 정치인들을 ‘막대한 자금’에 의존하기 쉽게 만든다는 점이다. 닛케이는 이를 ‘돈의 쓰나미’라고 표현했다. 선거 자금을 모아야 하는 정치인은 부유층과 기업이 쏟는 거액 지원금에 의존하기 쉽다. 그러면서 이런 세력의 이해관계가 정치에 반영되면 일반 국민의 목소리는 묻힐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닛케이는 ‘금권정치’, ‘돈의 쓰나미 병폐가 일본에서도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엘리트 위주 정치’가 성이나 인종적 다양성을 중시하지 못하게 되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일본 세이케이대학교의 노구치 마사히로 교수는 “정치에서 소외되어 사회에 증오를 품은 계층과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통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정치인 확대를 위한 육성·지원 프로그램 강화, 정치 지원금 소액 분산과 공적 보조금 확대 등 정치개혁이 필요하다. 닛케이는 그 나라의 실정에 맞는 방안을 냉정하게 모색해야 한다며 돈의 상한선이나 돈의 쓰나미 폐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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