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에세이] 지급보장 명문화, 연금개혁 포기 선언의 다른 말

입력 2024-06-09 12: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소속 회원들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소속 회원들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이 무산된 가운데, 22대 국회에서 첫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현행법 제3조의 2의 ‘국가는 이 법에 따른 연금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수립하여야 한다’를 ‘국가는 이 법에 따른 연금급여의 안정적·지속적인 지급을 보장한다’로 수정하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민연금 국가 지급보장 의무 명문화의 취지는 ‘국민 불신 해소’다. 얼핏 보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연금제도에 대한 국민 불신을 해소하겠다는데, 좋은 일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 주장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첫째, 지급보장 명문화의 효력이 없다. 현행법에도 연금급여 지급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위탁을 받은 국민연금공단이 수행하게 돼 있다. 기금이 소진돼도 정부와 공단은 약정된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향후 법률이 개정돼 연금급여가 감액돼도 개정 전 보험료를 납부한 가입자들은 수급권을 보장받는다.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는 헌법 제13조 제2항 소급입법 금지의 원칙에서 국민연금법도 예외가 아니다.

둘째, 지급보장 명문화는 기금 소진을 전제로 한 조치다. 국민연금 조기 개혁으로 기금 소진 시기를 먼 미래로 미룰 수 있다면, 굳이 국가가 지급을 보장해야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30년 치 이상 적립금이 남아있는 현시점에 지급보장을 명문화하잔 건 어차피 나중에 국가가 연금급여 지급을 책임질 테니, 굳이 지금 개혁하지 말잔 말과 같다. 결국, 실질적 효력도 없는 조항 하나 때문에 국민연금 개혁 동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 지급보장을 명문화하면 장기적으로 보험료 수입을 벗어난 연금급여 지출(미적립부채)은 곧 우리 정부의 확정적 부채가 된다. 이는 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가 지급보장의 다른 표현은 ‘미래세대 부담을 통한 지급보장’이다. 국가는 세금으로 운영된다. 미래에 보험료 수입만으로 감당 불가능한 연금급여 지출을 국가가 지급하려면 해당 시기 경제활동인구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걷을 수밖에 없다. 결국, 현재 가입자들의 불신을 해소하겠다고 미래세대에 모든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다.

지금 국회가 해야 할 일은 지급보장 명문화가 아닌 연금재정 지속가능성 제고다. 하루라도 일찍 보험료율을 높이고, 소득대체율을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금을 50년 뒤, 더 멀게는 100년 뒤까지 유지할 수 있다면 국민 불신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망곰이 유니폼, 제발 팔아주세요"…야구장 달려가는 젠지, 지갑도 '활짝' [솔드아웃]
  • "돈 없어도 커피는 못 참지" [데이터클립]
  • K-푸드, 수출 주역으로 '우뚝'…10대 전략산업 넘본다 [K-푸드+ 10대 수출 전략산업②]
  • "서울 집값·전세 계속 오른다"…지방은 기대 난망 [하반기 부동산시장 전망①]
  • 테더 공급량 감소에 '유동성 축소' 위기…FTX, 채권 상환 초읽기 外 [글로벌 코인마켓]
  • 허웅, 유혜원과 열애설 일축…"연인 아닌 친구 관계"
  • 단독 “1나노 공정 준비 착착”…삼성전자, ‘시놉시스’와 1나노 IP 협업 진행 중
  • 셔틀버스 ‘만원’, 접수창구 순조로워…‘무기한 휴진’ 세브란스병원 [가보니]
  • 오늘의 상승종목

  • 06.27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7,081,000
    • +0.81%
    • 이더리움
    • 4,872,000
    • +2.46%
    • 비트코인 캐시
    • 542,000
    • +1.78%
    • 리플
    • 668
    • +0.75%
    • 솔라나
    • 209,100
    • +9.08%
    • 에이다
    • 550
    • +1.29%
    • 이오스
    • 823
    • +2.11%
    • 트론
    • 173
    • -0.57%
    • 스텔라루멘
    • 129
    • +0.78%
    • 비트코인에스브이
    • 63,800
    • +1.27%
    • 체인링크
    • 20,180
    • +2.28%
    • 샌드박스
    • 478
    • +1.9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