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79%가 월가 전망 웃돌아
침체 대비 비용 절감 노력, 실적 호조로
비관론 줄면서 월가 예상·실적 괴리 줄어들 듯
미국의 올 듯 말 듯 한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가 북미 기업들의 호실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욕증시 S&P500 기업 중 90% 이상인 459개사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이들의 순이익은 예상보다 평균 8.4% 많았다. 이는 2년 만에 최대 규모 예상 상회폭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월가 전망치를 웃도는 순익을 발표한 기업 비율도 전 분기의 76%에서 약 79%로 커졌다.
줄리언 에마뉘엘 에버코어ISI 수석 주식 전략가는 “9일 오전 기준 S&P500 기업의 ‘더블 미스(매출과 순이익 모두 시장 예상치보다 낮은 어닝쇼크)’도 예년보다 적게 나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기업 실적 향상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설립자 등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침체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 유동성이 줄고 경제 성장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우려와는 달리 경기 침체는 오지 않았다. 반면 미국 기업들이 침체에 대비해 허리띠를 졸라맨 것이 오히려 호실적으로 이어지게 됐다. 기업들은 그동안 비용을 절감하고 현금을 비축하는 등 수익성 강화 노력을 지속해왔다.
스위스 롬바르드오디에르자산운용의 플로리안 이엘포 매크로 리서치 책임자는 “기업들이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일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신중한 경영진들은 앞으로도 이러한 태도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신중한 경영이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전략을 바꿀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앞으로는 월가의 예상과 실제 기업 실적 간의 괴리가 줄어들 전망이다. 올해 1분기 S&P 기업 실적 발표 및 컨퍼런스콜에서 경기침체를 언급한 횟수는 2022년 1분기 이후 가장 적었다. 애널리스트들은 더욱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 2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실적 전망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웬디 쑹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전 전망치가 지나치게 비관적이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기업 실적 추정치를 상향 조정하는 애널리스트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거시 경제 환경으로 인해 기업들은 사업 계획을 세우기 용이해지고 전문가들은 매출을 예측하기 쉬워지면서 실적은 점점 더 예상치에 부합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