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후 LFP 배터리, ESS로 다시 쓸 수 있어
일각에서는 전기차 배터리의 ‘재활용’은 물론 ‘재사용’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재활용 가치를 따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견제하기보다는 다양한 배터리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되 이를 친환경적으로 재사용하자는 것이다.
배터리를 재사용할 경우 기본적으로 배터리를 제조, 활용, 매립하는 단계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최소화할 수 있다. 광물 채굴이나 제련 등 원자재 단계는 물론 사용 후 배터리를 매립할 때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배터리 재활용 기업 비플래닛팩토리(Beeplanet Factory)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를 재사용했을 경우 배터리를 새로 제작할 때보다 탄소 배출량을 25%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가장 많은 탄소가 배출되는 셀 제조 과정이 생략되는 등 전반적인 제조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 배출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배터리를 재사용할 경우 대표적인 활용 방안은 에너지저장장치(ESS)다. 전기차에 사용됐던 배터리는 일정 기간 후 성능이 다소 저하되는데, 성능이 낮아져도 ESS로 활용하기엔 충분하기 때문이다.
ESS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캔지앤컴퍼니에 따르면 2030년까지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연간 사용 후 배터리의 양은 227기가와트시(GWh)로, 2030년 ESS 수요량인 183GWh를 뛰어넘는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사용 후 배터리에서 유가금속을 뽑아내지 않아도 ESS로 활용하면 충분히 경제적·친환경적인 활용 방법이 있는 셈이다.
다만 사용 후 배터리를 ESS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배터리의 성능·안전을 관리하는 체계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 폐차 단계에서 배터리를 분리해 성능 평가를 시행할 수도 있지만, 운행 과정에서 배터리를 관리하면 시간·비용적으로 더욱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주요국들은 배터리 이력 관리를 위한 체계를 마련하는 등 배터리 재활용·재사용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 빠르게 내놓고 있다.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 이력 관리 플랫폼을 구축하고, 관련 기술과 회수 전문성 등을 평가해 ‘화이트리스트(적격 기업)’를 선정하는 등 정부 주도의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재사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3년 뒤부터 배터리가 생산되는 전 생애주기 정보와 해체·재사용·용도 변경 등 배터리 관련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디지털 배터리 여권’을 시행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0월 사용 후 배터리를 ESS 등으로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재사용 전지 안전성 검사제도’를 본격 도입했지만 주요국 대비 대응이 늦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