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과학 기술은 죽고 사는 문제다

입력 2023-10-19 06:00 수정 2023-10-19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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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연구·개발(R&D) 예산 국감'이다. 중소벤처기업부를 비롯해 관련 부처마다 R&D 예산 삭감은 연일 국감을 달구는 뜨거운 감자다.

최근 열린 중기부 국감장에선 내년 중소기업 R&D 정부 예산안이 1조3208억 원으로 올해 1조7701억 원에서 25.4% 삭감된 것이 핵심 논쟁거리였다. 정부 전체 감소율(16.6%)보다 감소폭이 더 크고, 특히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특별회계 예산이 85% 가까이 폭감한 것이 부각됐다.

어떤 형태든, 누수는 바로 잡아야 한다. 국민들의 피와 땀으로 만든 세금이 엉뚱한 곳에서 줄줄 새고, 누군가 혈세를 눈먼 돈쯤으로 우습게 본다면 철저히 바로잡는 것이 마땅하다. 예산을 매년 올릴 수 없는 노릇이고, 까다로운 과정 없이 기계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거나 R&D 지원금을 으레 받는 돈 쯤으로 치부하고 부정하게 사용하는 곳이 있다면 찾아내 돈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을 뿌려주는 것이 맞다.

문제는 공감대다. 카르텔 발언을 비롯해 R&D 나눠 먹기, 뿌려주기 등 R&D 분야를 자극하는 불편한 단어들이 여러 입을 통해 나왔지만 그에 대해 명확한 사례와 설명을 제시하지 못했다. 여기다 우리 경제의 아픈 역사인 IMF(국제통화기금) 때에도 R&D 예산이 삭감되지 않았다는 점이 부각됐다. 야당은 이런 부분을 국감 곳곳에서 파고들었다. 중기부 국감에선 한 야당 의원이 정권에 충성하느라 예산을 방어하지 못했냐고 꼬집었다. 벤처와 중소기업 정책을 담당하는 중기부 입장에선 뼈 아픈 지적이다. 무엇보다 조 단위 규모의 벤처투자 정책을 쏟아내면서 정작 R&D 예산을 줄이는 건 모순이라는 질타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배경이 속 시원하게 풀리지 않으니 과정도 의심스럽다. 중기부 외 국감에선 예산심사가 일방적으로 이뤄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상청의 경우 내년도 예산안이 이미 마련됐는데도 42일 만에 관련 예산이 삭감됐다는 주장이다. 깜깜이 졸속 심사를 의심할 만한 대목이다. 중기부 역시 의구심이 드는 지점이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김경만 의원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중소기업 R&D 최종평가 대상 과제 수는 총 1만2000여 개로 이 중 실패 판정을 과제 수는 476건이다. 실패율은 3.8%에 그친다. 특히 타 부처가 중기부의 '공정품질기술개발사업'을 대표적인 뿌려주기식 사업으로 본 데 대해 중기부가 반박했는데도 다시 국감장에서 해당 주장을 반복한 점은 중기부, 중소기업 모두를 불편하게 한다. 이런 주장이 설령 일부 맞다 하더라도 전체 예산을 마구 베어버리는 것은 침소봉대 시각으로 만든 졸속 예산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

이번 예산안이 반영돼 정부의 R&D 지원이 줄면 중소기업의 자금 부담이 커지는 일은 자명하다. 관련 예산의 96%를 차지하는 협약형 계속사업의 경우 과제책임자인 중소기업이 당초 계획대로 사업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가 삭감한 만큼 스스로 부담해야 할 수 있다.

안철수 의원은 최근 한 강연에서 '과학기술은 더 이상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 죽고 사는 문제'라고 했다.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거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R&D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선 큰 그림을 그리기 어렵고, 성장과 투자의 지속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기업, 국가, 인류, 그 어디에 초점을 맞추든 과학기술은 급변하는 환경에서 생존을 다투는 사안이다.

이제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심사가 이뤄진다. 치열한 대치가 불가피할 것이다. 내년 살림에 대한 준비가 긴축과 카르텔, 일방적인 찍어내리기식 프레임에 매몰되지 않길 기대해 본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중소기업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도전과 성장 의지가 꺾이지 않길 바란다. R&D는 죽고 사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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