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적당한 ‘부정적 감정’의 경험

입력 2023-10-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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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도 더 견딜 수가 없지 말입니다!” 구릿빛으로 그을린 건장한 체격의 병사였다. ‘군에서 요즘도?’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취조하듯이 캐물었다. 예상과 달리 군 생활에서 가혹 행위는 전혀 없었다. 그는 외아들로 혼자 지내는 데 익숙한 내향적 성격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입대해 단체 생활하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던 것이다.

“밥도 같이 먹고, 잠도 같이 자고, 쉴 때도 같이 쉬고, 심지어 샤워도 같이 해야 되지 말입니다. 그게 너무 지옥같지 말입니다!”

‘이 무슨 황당한…?’ 하지만 ‘간절함을 담은 눈빛’은 그가 진실로 견디기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 이후로 십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주변 군부대에서 많은 병사들이 군생활 부적응을 호소하며 진료실을 방문하곤 한다. 그들은 형제가 거의 없는 환경에서 주인공으로 자란 세대들이다.‘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가 학교 교육의 표어로 자리잡으면서, 학교 현장에선 선생님의 꾸짖음도 사랑의 매도 사라진 지 오래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까지는 시험등수도 매기지 않고,수업 중에 졸아도 깨우지 않는 것이 상식이 되었다. 그들은 예전에 비하면, 훨씬 적은 스트레스 환경에서 학창 생활을 마쳤다. 그들은 그런 채로 군대에 들어 왔다. 예전에 비하면, 훨씬 편해진 군생활이지만, 그들에게는 힘들게 느껴질 것이다. 정말 그렇다. 정말 힘들게 느껴질 것이 틀림없다. 특히 몇몇에게는 지옥만큼 견디기 힘들 정도로….

“숨이 끊어져라 뛰어본 적이 있나요? 정말 끝내줍니다. 꼭 이 경험을 나누어 주고 싶어요.” 진료실에서 환자분들에게 종종 달리기를 권한다. 보통 5km를 뛰는데 -남들은 느리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능력하에서 최대 속도로 전력으로 달리려 노력한다. 처음에는 숨이 끊어질 것 같고, 멈추고 싶은 생각이 밀려온다. 그런데 그 순간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달리다보면 몸은 관성적으로 움직이고, 영혼과 육체에 고통이 가득한 채로 무아지경으로 질주하게 된다. 달리기를 마쳤을 때 느껴지는 상쾌한 느낌과 성취감은 글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고통,시련,열등감,수치심…. 이런 것들은 결코 성장하면서 마주쳐서는 안되는 절대악이 아니다.적당한 ‘부정적인 감정’의 경험은 ‘긍정적인 감정’만큼 호모 사피엔스의 성장에 필요한 것이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성장시킬 뿐이다.” -니체

최영훈 닥터최의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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