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여성이사의 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ESG 평가점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한국 기업의 여성이사 비율은 해외 기업들에 비해 현저히 낮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7일 이투데이와 여성금융인네트워크 주최로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여성 금융인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한 패널토론자들은 우리 기업들이 여성이사 비율을 늘려야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데 입을 모았다. 이날 패널토론에는 최운열 전 국회의원이 좌장을 맡고, 이스란 보건복지부 연금정책 국장, 이규홍 사학연금 자금운영관리단장, 이동행 미래에셋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리서치센터장(상무), 윤태일 KB자산운용 ESG & HR 본부장이 참석했다.
이 국장은 성별 다양성과 국민연금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500대 상장기업 여성임원의 비율이 2019년 3.0%, 2020년 4.5%, 2021년 6.9%, 2022년 10%로 순차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포브스에 따르면 ESG경영에 여성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는 △다양성과 포용성 강화 △지속가능한 경영 강조 △사회적 영향력 △효율적인 의사소통 △장기적 가치 창출에 유리하다"고 언급했다.
이 국장은 해외 연기금들이 성별 다양성이 강화된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 점을 설명하면서 국민연금의 과제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하는데 있어서 작년 1월 '성별 다양성 의결권 행사 기준'을 논의한 바 있다"며 "자산 규모 2조 원 이상의 기업에는 반드시 1명 이상의 여성임원을 임명하도록 하는 것인데, 문제는 금융감독원의 주주총회 공시 서식에 여성 비율을 표기하는 란이 없다 보니 이를 확인할 길이 없다고 한다. 이 부분은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규홍 단장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ESG 평가점수를 앞세워 여성 다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여성이사 비율은 ESG 평가점수와 비례했다. 이 단장은 "여성임원이 0%인 그룹, 30% 미만인 그룹, 30% 이상인 그룹 등 3그룹으로 나눴을 때 평균 환경 점수(E), 평균 사회 점수(S), 평균 지배구조 점수(G) 모두 여성임원 비율이 높을수록 평가지수도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 단장은 "작년 10월 기준으로 선진국, 신흥국, 우리나라 모두 여성이사 비율이 상승 추세에 있다"면서도 "선진국은 30%를 넘어섰고, 신흥국은 25%, 우리나라는 11.8%로 상대적으로 낮다"고 했다.
이어 "과거에는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여성이사 비율이 낮았다고 하는데, 최근에는 일본이 한국보다 더 좋은 점수를 보이고 있다"며 "여성이사 비율이 30% 이상인 기업은 한국이 2.8%에 불과하다. 선진국 비율이 60%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큰 차이를 보이는 셈이다. 일본 역시 8%로 한국과 꽤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결과에 이날 토론을 맡은 최 전 의원은 "우리나라 통계를 보면 굉장히 부끄러운 수준"이라면서도 "다만 위안을 찾는다면 한국의 1년은 외국의 10년이라고 한다. 규제 시행이 1년밖에 안 됐기에 앞으로 지표가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동행 센터장은 "6개월, 1년 단기 투자를 한다면 ESG는 크게 고려할 바가 아닐 수도 있다. 다만 향후 5년, 10년 등 장기 투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ESG는 분명히 고려해야 할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한다"며 "자산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비경제적 요인을 반영하는 투자가 필요하다. 재무적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중심의 기업 문화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